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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미국 흑인 사망

17세 흑인 소녀의 폰 촬영이 백인 경관의 살인 ‘유죄’ 평결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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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미네소타 주 헤너핀 카운티 배심원단은 작년 5월 한 흑인 남성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살해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이 이날 2급과 3급 살인 및 2급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미 언론은 전(前)경찰관 쇼빈이 최대 40년 징역을 선고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쇼빈은 작년 5월25일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목을 무릎으로 9분 29초간 짓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쇼빈의 이런 범죄는 당시 현장에서 이 상황을 줄곧 폰으로 녹화한 17세 흑인 소녀의 행동이 없었더라면, 묻힐 수도 있었다. CNN 방송은 “경찰이 내놓은 초기 부정확하고 그릇된 설명이 플로이드의 공식 사망 경위가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건 당일 저녁에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에서 나온 최초의 발표문은 이랬다. “위조지폐 범죄 신고를 받고 2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약(藥) 기운에 취한 듯한 용의자가 차에 앉아 있었다. 40대의 이 용의자는 체포에 저항했지만, 경찰관들은 용의자에 수갑을 채웠고 그가 의학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앰뷸런스 차량을 불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 숨졌다. 어느 쪽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 사건에서 다친 경찰관들은 없었다.” 보도 자료의 제목도 “한 남자가 경찰과 몸싸움(interaction)을 하다가 의학적 사고를 겪고 숨졌다”였다.

그날 저녁 8시, 17세 고교생인 다넬라 프레이지어는 어린 사촌동생과 함께 과자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그는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봤고, 즉시 폰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경찰의 초기 발표가 나온 지 얼마 안돼, 프레이지어는 그날 밤 플로이드가 데릭의 무릎에 짓눌려 마지막 숨을 쉬기까지 10분간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수백만 명이 봤고, 초기 경찰 발표의 허구를 단번에 드러냈다. CNN 방송은 “이제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아는 지식을 갖고, 경찰 발표문을 다시 읽어보라”고 했다. 10분간의 동영상은 백인 경찰관 데릭을 기소한 검찰 측에겐, 그의 범죄를 입증할 가장 강력하고 반박할 수 없는 ‘증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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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9일 법정의 증언대에 선 고교생 프레이지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보며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고, 내가 지금 보는 걸 온 세상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지 플로이드를 보면서, 아버지를 떠올렸다. 플로이드는 분명히 ‘이제 죽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미국 경찰관이 과도하게 폭력적인 대응으로 용의자나 무고한 시민이 숨져도 기소는 드물었지만, “이번엔 한 소녀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덕분에 달랐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프레이지어의 동기는 ‘경찰관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며 “결국 우리 모두가 봤고, 그의 동영상은 세상을 바꿨는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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