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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여기 또 조지 플로이드가…체코 경찰 무릎에 짓눌린 시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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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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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체코 테플리체의 길거리에서 소수민족인 로마니 남성이 경찰들로부터 진압당하고 있다. 로메아티비 캡쳐



조지 플로이드가 미국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해 전 세계에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이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체코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리도브끼 등 현지 언론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체코 북부 테플리체 거리에서 경찰에 의해 목이 짓눌린 후 병원으로 이송되던 로마니인 남성이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현장에 출동한 남성 경찰 세명이 바닥에 바짝 엎드린 로마니인 남성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 한명은 무릎으로 최소 5분 동안 그의 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발을 잡고 있었다. 나머지 한명은 로마니 남성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로마니인 남성의 모습은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에 의해 목이 눌린 플로이드의 모습과 흡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상에서 한 여성이 “저들이 그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말하자 다른 남성이 “그게 저들 일이에요”라고 답하는 음성도 기록됐다. 다른 로마니인이 “그대로 있어, 일어나지 마”라고 희생자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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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덜미를 누르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연합뉴스


체코 내 로마니인 공동체 활동가 요제프 미커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사망한 40대 남성은 테플리체 지역에 있는 마트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했으며, 노숙 생활을 했다.

체코 경찰은 이날 오후 3시쯤 테플리체 두브스카 거리에서 두 남성이 싸우고 있으며, 차량을 훼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테플리체 경찰 대변인 다니엘 비텍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해당 남성은 경찰을 긁고 물었다”며 “체포 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목숨이 끊어지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틀 후 체코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그의 신체에서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으며, 그의 죽음과 경찰은 연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소수민족 로마니인을 상대로 강경진압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마니인은 흔히 ‘집시’로 불리는 유럽 유랑민족으로, 본토인들로부터 차별받는 존재다. ‘집시’라는 용어는 이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여 로마니인은 해당 명칭을 모욕적으로 여기고 있다. 체코에서도 이들은 차별받아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로마니 아이들이 체코 아이들과 다른 학교로 배정되는 등 분리 교육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9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체코 시만 66%가 로마니인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로마니 공동체는 그가 마약을 복용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역 주민들은 사망한 남성이 가끔 허리통증이 있었을 때에만 약을 복용했다고 로마니 공동체에 증언했다. 로마니 공동체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의 공무원은 “경찰이 사망자의 마약 복용에 대해서만 강조하고 있다”며 “사건 현장이 담긴 영상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현장에는 사망한 로마니인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꽃다발, 촛불과 함께 ‘로마니인 생명은 소중하다’(Romani Lives Matter)는 글이 적힌 리본도 놓여 있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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