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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윤석열 아내ㆍ장모 논란

윤석열 진짜 위기는 쥴리도 청부 고발도 아닌 ‘맹탕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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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청부 고발’ 논란이 일주일 째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윤 전 총장이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해 야당이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과 관련 인사들은 의혹을 부인하며 여당의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간 공방이 난해하게 전개되면서 일반 국민은 진실이 뭔지 알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윤 전 총장에게 다소 악재가 되긴 했지만 치명타를 주진 못했다는 평가다. 네거티브가 결정적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소폭의 하락세다. 야당 내 경선 룰 싸움과 청부 고발 논란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젊은층과 친여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네거티브 논란과 홍준표 바람에도 윤 전 총장이 여전히 야권 내 대표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가 여야 대표 주자들의 입지를 흔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진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재명 지사는 ‘형수 욕설’과 ‘여배우 김부선’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당 경선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부인을 둘러싼 ‘쥴리 논란’과 장모 구속, 청부 고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불법이 확인된 것은 없다. 윤 전 총장이 고발을 사주했다는 증거도 없다. 야권 지지층은 오히려 “여당이 과거 채널A 사건처럼 윤석열을 해코지하기 위해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래서 야권의 적극 지지층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이준석 대표와의 충돌, 각종 말실수에 이어 청부 고발 논란까지 이어지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각종 검증에 제대로 대응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윤 전 총장에게 닥친 진짜 위기는 쥴리나 청부 고발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6월 말 출마 선언 이후 두달 반 동안 유력 대선주자로서 도대체 뭘 보여줬느냐는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극 지지층조차도 “윤 전 총장이 하겠다는 정치가 도대체 뭐냐” “국민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다는 거냐”고 반문하고 있다. 중도층에선 “윤석열은 왜 출마한 거냐” “좌우를 아우르겠다더니 강성 보수로 가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출마한 이후 보여준 건 끊임없는 의혹과 해명, 연이은 말실수 논란, 당대표와의 소모적 말싸움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무주택자에게 건설 원가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원가 주택’ 공약을 냈지만 각종 논란에 묻혀버렸다. 그야 말로 맹탕 정치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의 부당한 외압에 맞서 끝까지 비리 수사를 하고 정의와 소신을 지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들어온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압도적 지지율을 받으면서도 역선택 방지 조항 등 경선룰을 놓고 다투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큰 정치, 참신한 비전,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틈을 비집고 홍준표 의원이 대안주자로 떠올랐다. 친문·호남이 홍 의원 지지라는 역선택적 카드로 윤 전 총장을 흔들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윤 전 총장 본인의 책임이다. 이런 여당 지지층의 선택이 홍 의원을 대안으로 밀어올려 야당 경선을 흥행시키는 측면도 있다. 윤석열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야당 경선에 대한 국민들 관심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 경선이 이재명 대세론으로 싱거워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홍준표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여성과 중도층에서 홍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20·30대 젊은 남성층에서 나타난 지지세가 전체적으로 확장될 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홍 의원이 선명한 메시지와 직설적 화법, 대여 공격력으로 남성층에선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과거 ‘돼지 발정제’와 같은 과격한 발언과 예의 없는 태도, 마초적 기질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는 “여당 후보가 이재명이라면 홍준표의 약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도 형수 욕설과 각종 강성 발언으로 자주 논란을 빚었기 때문에 홍 의원만 비판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서로 약점이 비슷하니 공격 포인트로 삼기 어렵다는 뜻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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