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아프간 사례와 다르게
절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
비자 면제에 여러 나라로 분산
인접국들도 ‘난민 수용’ 적극적
러시아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피란민들이 28일(현지시간) 폴란드 프셰미실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시설에서 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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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인 66만여명이 전쟁의 포화를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앞으로도 수백만명이 더 우크라니아를 탈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난민 사태는 유럽을 뒤흔든 2015년 난민위기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샤비아 만투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6일 동안 66만여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밝혔다. 만투 대변인은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속도라면 이번 세기 유럽 최대의 난민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1차 목적지는 국경을 접한 폴란드, 헝가리, 몰도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폴란드 28만1000명, 헝가리 8만4500여명, 몰도바 3만6400명, 루마니아 3만2500여명, 슬로바키아 3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피란민들이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전부터 예측됐던 ‘우크라이나 대탈출’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명이 넘는 중동 지역 난민이 유입돼 유럽 여러 국가에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됐던 2015년 난민위기와는 이번 난민 위기는 양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남성이었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난민과 달리 우크라이나 난민은 절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러시아 침공 직전 우크라이나 정부가 징집령을 내려 18~60세 남성들은 우크라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됐다.
2017년 EU와 우크라이나가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해 우크라이나인들은 90일간 유럽에서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등 특정 국가에 집중됐던 2015년과 달리 난민들이 유럽 여러 나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2015년과 달라진 점이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사회 통합도 2015년 난민위기 때보다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EU 국가에 이미 상당수 우크라이나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사회 적응 과정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카엘 스핀델레거 오스트리아 전 외무장관은 이코노미스트에 “시민들이 반대하는 난민들보다 시민들의 실질적 지원을 받는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게 훨씬 쉽다”고 말했다.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등 중동 지역 난민들에게 거부감을 보였던 폴란드와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자국에 들어오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에게 거처와 지원을 약속했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인 임시보호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을 거부했던 오스트리아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내무장관들은 오는 3일 EU의 난민 임시보호 지침과 관련한 세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난민 임시보호 지침은 난민들이 모든 EU 회원국에서 3년간 거주허가, 고용접근, 사회복지, 의료 혜택을 누릴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 발칸반도 전쟁 이후 마련됐으나 아직까지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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