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고(故) 이대준(당시 47세)씨 유족들은 14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전날 문재인 정부 안보기관들이 이씨가 실족해 바다에 빠졌다가 북한으로 표류해 끝내 피살됐다는 정보를 파악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월북으로 조작했다며 관련 책임자 20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씨의 형 이래진(57)씨는 이날 성명문을 발표하고 “동생의 죽음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의무를 저버린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며, 조직적이고 악랄한 범행을 자행한 국기문란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이래진씨는 본지에 “동생의 월북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는데, 이번 감사 결과로 비로소 동생이 실족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를 은폐하고 월북으로 꾸며내 유족들을 고통 속에 살게 했던 문 전 대통령과 안보 담당자, 아직도 잘못이 없다는 민주당 의원들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씨의 유족 측은 감사 결과 드러난 이씨의 표류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이씨는 북한군에 발견될 당시 한자로 표기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팔에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는 첩보가 접수됐다. 중국 어선이 이씨를 구조해 치료하고 구명조끼를 입힌 뒤 다시 바다에 빠뜨렸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 이씨가 바다 위를 표류한 38시간 동안 인근을 누빈 선박은 중국 어선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래진씨는 “동생이 스스로 구명조끼를 입고 스스로 바다에 빠졌기 때문에 월북이라고 발표했던 이들이 구명조끼의 정체를 알고도 숨겼던 것이라는 사실에 치가 떨린다”고 했다.

이래진씨는 또한 북한군이 이씨를 한차례 붙잡았다가 놓친 뒤 재차 붙잡은 곳이 상대적으로 남쪽이고, 두 번째로 발견했을 때 바로 사살했다는 점에서 이씨가 도주를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래진씨는 “처음부터 월북을 하겠다고 했으면 다시 붙잡았을 때 죽일 이유가 있었겠느냐”며 “조카들을 끔찍이 아끼던 동생이었기에 도주를 시도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씨의 아내 권영미(52)씨도 “안보 책임자들이 북한군이 인도적으로 구조해줄 것이라 믿고 퇴근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문 정부의 안보관이 얼마나 저열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며 “철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편과 같은 비극적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고 했다. 유족 측은 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관련 법적 조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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