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살해 사실을 자백한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부친 김용복씨가 2020년 7월 실종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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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 살인사건’ 범인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었던 김용복(69)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를 두 달 앞두고 숨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 가족은 2020년 3월 정부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로 살해 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존엄, 인격권을 도외시한 수사 편의와 성과주의로 기본 윤리 의식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소속 경찰관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원고들의 분노와 울분 등 정신적 고통은 심해졌다”고 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은 오는 17일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었다. 김씨는 두 달 전인 지난 9월 숨졌다고 한다.
김씨의 딸 김(당시 8세)양은 1989년 7월 7일 오후 12시30분쯤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가족들은 김씨의 생사를 짐작하지 못했고 이 사건은 30여년 간 미제 가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밝혀졌다. 이춘재가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며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고 자백한 것이다.
30여년전 담당 경찰은 김양의 옷가지와 책가방, 줄넘기 줄에 묶인 양손 뼈까지 발견했으나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유골과 일부 유류품을 찾았는데도 이 사실을 김양의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고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했다.
수사본부는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으나 공소시효가 끝난 이후였다. ‘형사적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을 토대로 현장 수색에 나섰으나 유해는 결국 찾지 못했다.
딸이 연쇄 살인 사건의 10번째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씨는 담당 경찰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국가 책임 유무가 가려지기도 전에 눈을 감았다. 김양의 어머니이자 김씨의 아내는 2년 전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양의 부모가 모두 숨지면서 김양의 오빠가 홀로 소송을 맡게 됐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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