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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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의 중대성 및 피의자의 지위 및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서 전 실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 했다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해양경찰청에 이씨의 ‘월북 정황’을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첩보와 국가정보원 첩보 가운데 이씨의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내용을 삭제하라고 국방부와 국정원에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영장 실질 심사에서 “서 전 실장은 안보실장으로서 해경과 국방부를 지휘해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책임이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해경 관계자들은 “안보실 지시로 이씨의 자진 월북 정황을 발표했다”는 취지로,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은 “첩보 삭제 지시는 안보실에서 내려온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각각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지난 10월 국회 기자 회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사건 관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며 입을 맞추려 한 정황으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 전 실장은 “이씨의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1일 입장문에서 “당시 안보부처들은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해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특수 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 전 실장의 영장 심사는 10시간 5분간 진행됐다.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 심사 시간(8시간 42분)을 넘어서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한편, 검찰은 앞서 구속됐다가 구속 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날 구속된 서 전 실장을 추가 수사한 뒤 이들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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