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8월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퇴장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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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처럼 연임을 포기해 동병상련 처지가 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해 성명을 내어 “역사적 지도력”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기시다 총리의 지도력은 역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가 자신과 함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는 등 미-일 동맹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려놨다고 밝혔다. 또 기시다 총리가 “흔들리지 않는 용기와 도덕적 명확성에 따라 세계에서 일본의 역할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새 국가안보전략 마련 및 우크라이나 지원과 함께 “한국의 윤 대통령과 더불어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는 집단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조처”를 한 것을 기시다 총리의 업적으로 꼽았다. 이어 “그의 용기 있는 지도력은 태평양 양쪽에서 수십년 동안 기억될 것이며, 나는 그를 친구로 부를 수 있다는 것에 언제나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중국 등에 대한 견제를 위해 한국을 끌어들여 3국 연합 군사훈련을 본격화하기로 하는 등 한-미-일 3각 협력을 제도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주요 합의 사항 중 하나인 “최소한 연례적으로” 3국 정상회의를 한다는 공약은 올해 들어 이행되지 않고 있다. 또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세 주역 중 미·일 정상들은 연임 포기로 각각 내년 1월과 다음달에 물러난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대외 정책을 적극 뒷받침한 일본 정상에게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자신이 재선 포기를 선언하게 만드는 데 역할을 한 민주당 ‘동지’들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50년 지기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 사퇴 이후 대화를 끊은 상태라고 그의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비슷한 연배(바이든 대통령 81살, 펠로시 전 의장 84살)에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도 있는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펠로시 전 의장에게 자유의메달을 주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하원의장”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전후로 우정에 금이 갔다. 펠로시 전 의장은 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뉴욕커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텔레비전 토론 뒤 우려를 솔직히 말하지 않고 방관한 것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그의 측근들을 인용해 전했다. 또 그는 공개적으로 후보직 사퇴를 주장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는 사퇴 발표일에 통화하기도 했으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측근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후보직 사퇴를 종용한 인사들 중 가장 서운한 감정을 품은 대상은 펠로시 전 의장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그가 펠로시 전 의장에 대해 “가차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