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 김하늘(8)양이 교사 ㄱ(48)씨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가운데,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학교 앞에 추모객이 꽃다발을 내려놓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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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8)양을 살해한 교사 ㄱ(48)씨가 지난해 12월 우울증으로 휴·복직을 신청했을 때, 휴직과 복직에 필요한 진단서를 써 준 의사가 동일인으로 드러났다. 이 의사는 ㄱ씨가 휴직 신청에 사용한 진단서에는 ‘6개월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을 적었다가, 불과 3주가 지난 뒤엔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12일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대전의 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ㄴ씨는 교사 ㄱ씨의 휴·복직 신청 때 필요한 진단서를 모두 써 줬다. ㄴ씨는 ㄱ씨가 지난해 12월9일 휴직 신청 때 낸 진단서에는 “(ㄱ씨의 우울증이) 2023년 여름경에 재발해 이후 수개월간 악화했고, 2024년 1월부터 본 정신과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며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했고, 현재까지 심한 우울감·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의 안정 가료(치료)를 요한다”고 적었다. 이후 ㄱ씨는 이때부터 6개월 동안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그런데 ㄱ씨는 고작 3주 뒤인 12월30일 복직했다. 당시 ㄱ씨가 제출한 진단서 역시 ㄴ씨가 써준 것이었는데, 여기엔 “(ㄱ씨가) 12월 초까지만 해도 잔여 증상이 심했으나, 이후 증상이 거의 없어져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담겼다. 하지만 ㄱ씨는 복직 후 1개월이 조금 지난 지난 5일 컴퓨터 접속이 느리다며 컴퓨터를 부수고, 6일엔 불 꺼진 교실에 앉아 있다가 다른 교사의 손목을 붙잡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ㄱ씨는 범행 뒤 경찰에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휴직 중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복직 3일 뒤 짜증이 났다. 교감 선생님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우울증을 직접적인 범죄 원인으로 꼽는 것은 무리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지난 11일과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며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고작 10%만 치료받는 우리의 현실이 큰 문제다.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이를 숨기고 오히려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적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유족의 뜻에 따라 피해 어린이의 실명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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