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사설] 또다시 헌정사 비극…정치 개혁 출발점 만들자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헌재, 전원일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5개 소추 사유 다 인정, 논란 종지부





국민은 승복, 정치권은 개헌 시동을



헌법재판소가 어제(4일)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2일,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11일 만이다. 헌재는 계엄 선포 요건 위반, 포고령의 위헌·위법성,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 시도, 정치인 체포 지시, 중앙선관위 장악 시도 등 탄핵소추 사유 다섯 가지를 모두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한 위헌·위법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로,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봐야 한다. 탄핵심판이 장기화하면서 갈등과 혼란이 커졌다는 비판도 있으나,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결론은 헌법적 가치와 사회 통합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대통령이 됐다. 반복된 대통령의 탄핵은 참담하기 짝이 없는 국가적 불행이다. 후유증이 없어야 하겠지만 낙관하긴 쉽지 않다. 지난 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4%에 달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주의 회복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헌정질서의 최후 보루인 헌재의 결정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가 승복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이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직후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냈다. 그 말대로 헌재 결정에 분명하게 승복하는 한편, 강성 지지세력을 설득해 자제와 승복을 끌어냄으로써 국정 안정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국민 역시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찬탄 시위건, 반탄 시위건 일부 극렬세력을 빼고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는 서로가 마음을 열고 통합과 화합의 길로 함께 나설 때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할 때가 아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민주당의 탄핵소추가 이례적으로 많았고,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민주당도 계엄 사태에 책임이 작지 않음을 질책했다.

우리는 8년 전 대통령 탄핵을 겪고도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다. 여야가 강성 지지층에만 기댄 ‘전쟁 정치’ 버릇을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극한 갈등을 키운 결과다. 그런 점에서 탄핵당한 것은 윤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과 당 대표, 몇 %를 더 득표했을 뿐인데 100%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소선거구제 등 ‘87년 체제’의 온갖 모순들도 같이 탄핵당했다고 봐야 한다.

3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몸집이 커진 대한민국에 더는 맞지 않는 현행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지금 같은 정치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권력 분산과 중대선거구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은 한시라도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국가적 과제가 됐다. 모든 유력 대선 주자들이 이미 개헌에 찬성의 뜻을 밝힌 가운데 홀로 침묵해 온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참여가 특히 절실하다.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우선”이란 말을 반복해 왔지만,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만큼 이제는 개헌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제 60일 이내에 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지긋지긋한 갈등과 불모의 정치를 끝내고 미래를 위한 통합과 생산의 정치를 모색해야 할 시간이다.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