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장에 설치돼 있다는 내용을 담은 카날26 보도 화면. 카날26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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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이 남미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지 2년5개월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남미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날26 등 아르헨티나 언론은 23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루랄 박람회장 한국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있다고 보도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제49회 국제도서박람회 개막 이튿날인 25일 제막식을 통해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며, 박람회 폐막일인 다음 달 12일까지 전시된다. 국제도서박람회는 전 세계 책이 전시되고, 각국의 역사·문화가 소개되는 중남미권의 최대 문화 행사다.
카날26은 “평화의 소녀상 복제품을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은 피해자와의 연대를 보여주고,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필수적인 시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우여곡절 끝에 박람회장 전시관에 올랐다. 아르헨티나 인권단체 ‘5월 광장 할머니회’는 2022년 11월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기억의 박물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단체는 1970~1980년대 군부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실종된 사람들의 어머니들이 만든 모임이다. 기억의 박물관은 1970년대 군사 정권의 불법 납치, 고문 및 살해 장소였다가 인권사를 기록하는 곳으로 탈바꿈한 장소다.
하지만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기억의 박물관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하려고 하자 일본 정부가 소녀상이 설치되면 지원을 철회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아르헨티나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일본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내는 나라다.
현지 매체 파히나12는 평화의 소녀상이 기억의 박물관에 전시되기 위해 2022년 배에 실려 자국에 들어왔지만,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전시되지 못한 채 교외에 있는 한 창고에 보관돼왔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각국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 질의에서 지난달 독일 쾰른과 카셀에 평화의 소녀상이 새로 세워진 것과 관련해 “여러 관계자에게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우려를 전달해 왔다”며 “독일 당국과 쾰른, 카셀 당국이 설치한 것은 아니기에 그러한 것(소녀상)을 인정하지 말아 달라고 해 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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