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보기관, 러 감청 정보 입수… 구체적 후송 위치 처음으로 파악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정보기관 관계자는 5일 “모스크바 동부 쿠바브나시에 위치한 러시아 국방부 산하 ‘중앙 군 임상 병원 부르덴코 제3분원’에서 파병 북한군 중상자가 치료받아 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군 감청 정보를 통해 이 병원이 북한군을 위해 운영 중인 사실을 파악했고,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위문 공연 동영상을 입수해 (이곳이 북한군 병원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30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최소 67명의 파병 북한군이 등장한다. 이 중 57명은 환자복을, 10명은 전투복과 티셔츠 등을 입었다. 이들은 공연단이 부르는 러시아 노래 ‘카튜샤’에 맞춰 박수를 쳤다. 일부 북한군은 태블릿 PC를 이용해 공연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부상이 심각하지 않거나, 상당히 회복된 이들로 보인다.
위문 공연을 한 것은 한국계 러시아인으로 이뤄진 ‘조선 코리아 합창단’이다. 정보기관 측은 “남·북한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행사에 등장하는 단체”라고 했다. 2023년 8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및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공동 주최한 K필름 페스티벌 개막식에도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북한군 위문 당시 김치 350㎏, 고추장 120㎏, 담배, 양말, 북한 영화 녹화본 등 위문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르덴코 제3분원은 병상 규모 최대 730개의 군 종합병원이다. 과거 러시아 해군 병원으로 이용됐다. 무대 위에 걸린 문구는 ‘강한 함대(해군), 강한 러시아’다. 이 병원은 지난 5개월간 북한군 전용 병동을 확보하고 월평균 120여 명의 파병 북한군 중상자를 치료해 온 것으로 분석됐다. 본래 민간인도 치료했으나 중단했다. 파병 북한군을 노출하지 않기 위한 보안 조치로 추정된다.
파병 북한군에서는 매달 700~8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1만5000여 명을 파병했다. 이 중 사상자가 4700명 이상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부상자 중 약 80%는 쿠르스크 전선 후방의 의료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큰 수술이 필요한 경우(약 15%)가 모스크바의 대형 군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고급 의료 시설을 우선 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군이 자국군보다 월등히 많은 희생자를 내는 데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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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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