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발생 1000일이 된 24일 저녁 7시께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진상을 규명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고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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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 딸 유나야. 너를 가슴 속에 담고 천번의 낮과 밤이 지나갔구나. 엄마랑 금방 다시 만날 거니까, 우리 딸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어. 사랑해.” (고 김유나씨 어머니)
“네가 하늘의 별이 된 지 천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너의 이름을 부르면 이렇게 눈물이 난다. 우리 가족의 희망을 앗아버린 그 날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드디어 첫발을 뗐어. 먼 훗날 누나 만나면 수고했다고 한 번만 안아주라.” (고 차현욱씨 누나)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가 24일로 1000일째를 맞았다. 유가족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그리운 이름을 부른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하거나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유가족, 애써 씩씩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외치는 유가족,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힘쓸게”라고 다짐하는 유가족까지…. 이태원 참사 발생 1000일이 흘렀지만 유가족은 여전히 하루 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희생자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날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탓이다.
이날 저녁 7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10·29 이태원 참사 1000일 추모의 밤—천 일의 그리움, 천 번의 약속’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첫발을 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흔들림 없이 진실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더위에도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과 연대하려고 꼬스트홀을 가득 메운 시민 500여명은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안전사회 건설하라”는 구호를 힘껏 외쳤다. 이재명 대통령도 화분을 보내 추모의 마음을 보탰다.
유족들은 여전히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참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지 명확한 답을 얻고 싶다”며 “특조위의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날 밤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도 “참사의 진상 규명은 희생자와 모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출발점이다. 참사, 그리고 피해에 대한 이해와 공감, 더 나아가 연대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안전한 삶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이태원 참사의 슬픔을 마주하게 됐다는 대학생 이서윤씨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뒤 그동안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국가에 대한 믿음은 산산이 조각났다”며 “안전한 국가가 건설돼 마음 놓고 놀러 다닐 수 있는 그 날까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이 모인 ‘추모의 밤 참가자 일동’도 약속문을 통해 온전히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들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정부의 협조와 지원 △참사 희생자·생존 피해자·유가족을 향한 무차별적 2차 가해가 없는 사회 환경 조성 △참사 목격자의 증언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그날의 진실을 요구하는 당연한 목소리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행동할 것”이라며 “참사의 희생자와 생존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무차별적인 2차 가해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에 나서겠다. 2022년 10월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그날의 기억에 대해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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