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총리, 말레이서 만나 합의
美·中도 중재자 자격으로 참석
훈 마네트(왼쪽) 캄보디아 총리와 품탐 웨차야차이(오른쪽) 태국 총리 권한대행이 28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만나 휴전 협정에 합의했다. 가운데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중재를 맡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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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과 군인 최소 35명이 목숨을 잃은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발생 닷새 만에 일단 총성이 멎었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권한대행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중재로 만나 휴전에 합의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올해 의장국이다.
세 정상은 회동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29일 0시부터 무조건 휴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29일 태국·캄보디아군 및 아세안 관계자들이 만나 긴장 완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다음 달 4일 캄보디아 주최로 전반적인 양국 국경 문제를 다룰 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번 휴전 협상은 두 교전 당사국과 아세안뿐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까지 관여한 5자 구도로 진행됐다. 지난 24일 오전 양측 첫 교전이 시작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자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양측 휴전을 돕기 위한 중재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캄보디아·태국 총리와 연쇄 통화에 나선 사실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멈추겠다”며 두 나라를 압박했다.
이에 트럼프가 두 정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올해 아세안 순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가 자리를 마련하고 중국까지 관여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됐다. 미·중이 이번 휴전 협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데는 동남아에서의 두 나라 경쟁 구도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는 동남아에서 중국의 최대 우방으로 경제·군사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아세안 내에서 중국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태국은 한때 미군이 상시적으로 주둔했으며, 지금도 미군의 대표적인 동남아 지역 군사훈련인 ‘코브라 골드’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핵심 안보 파트너다. 공동 선언문에는 트럼프가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교전 당사국 정상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해왔다는 점, 중국도 평화 회복을 위해 교전 당사국 및 말레이시아 등과 협력한 점 등 미·중의 공(功)이 적시됐다.
앞서 트럼프는 올해 2기 임기 시작 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의 분쟁, 남아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등의 휴전 협상에 직접 관여했다. 두 나라는 일단 휴전에 돌입했지만 오랜 역사적 갈등,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로 대표되는 유력 정치 가문 간의 증오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분쟁 재발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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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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