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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삽질하며 “이곳이 제 무덤”… 갈비뼈 앙상한 이스라엘 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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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지하터널에서 삽으로 땅을 파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 데이비드. /T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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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이 앙상한 모습으로 가자지구 지하터널에서 삽질하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 포로는 “이 무덤이 제가 묻힐 곳”이라며 휴전을 호소했다.

    3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영상 속 인질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당일 노바 뮤직 페스티벌에서 납치된 에비아타르 데이비드(24)다. 하마스가 휴전 협상에서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심리전 일환으로 전날 공개했으며, 데이비드 가족은 언론에 영상 일부 공개를 허용했다.

    영상에서 데이비드는 갈비뼈가 드러난 앙상한 모습으로 가자지구 한 지하터널에서 삽질을 한다. 데이비드는 “오늘은 7월 27일, 정오 12시”라며 “오늘은 뭘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건 소설이 아니라 실제”라며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힘든 상황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다. 제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말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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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야위어 가는 모습의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데이비드. /T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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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중간에는 촬영자가 데이비드에게 통조림 캔 하나를 건네는 장면이 등장한다. 데이비드는 통조림을 받아들며 “이 통조림 하나가 이틀치 식량”이라며 “이걸로 이틀 동안 버텨야 한다. 그래야 죽지 않는다”라고 했다.

    영상에서 데이비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휴전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인질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데이비드는 “당신은 저와 모든 인질을 돌봐야 할 총리인데, 저를 완전히 버린 것 같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 무덤은 제가 묻힐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시간이 얼마 없다.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들뿐”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가족은 “우리는 데이비드가 하마스 터널 속에서 고의적으로 굶주림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며 “살아 있는 해골, 생매장된 상태와 다름없다. 지금 상태로는 며칠밖에 못 버틴다”고 했다. 이어 “하마스는 우리 아들을 굶주림 선전의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하마스는 인질과 가자 주민 모두에게 한도 끝도 없는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와 세계 각국,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데이비드를 비롯한 인질들을 구조해 달라”며 “이들은 시급히 음식과 치료가 필요하다. 생명을 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이 파견한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날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과 만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을 이스라엘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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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인질 석방과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 현장에서 데이비드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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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운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무장 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장악해온 하마스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완전한 주권의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되지 않는 한, 무장 저항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혀온 바 있다.

    다만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미국은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해야 갈등이 끝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난달 30일엔 아랍연맹(AL) 회원 22국이 이례적으로 하마스에 무장 해제와 권력 포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 휴전 협상 결렬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봉쇄를 한층 강화하면서, 주민들의 기아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 파트너십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역의 식량 상황이 ‘기근’에 해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도달했다. IPC는 5가구 중 최소 1개 가구가 극심한 식량 부족인 경우 기근 상태에 도달했다고 보는데, 지난 7월 기준 가자지구 4가구 중 한 가구꼴로 심각한 굶주림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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