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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김정은 열차’ 국경 넘어… 오늘 베이징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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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병식 참석 위해 6년여 만에 방중

    어제 오후 4시 평양 출발, 단둥 거쳐

    조선일보

    김정은(왼쪽에서 두번째)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맨 왼쪽)가 2018년 3월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만찬 전 환영 행사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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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3일)에 참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1일 오후 4시쯤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김정은을 태운 열차는 이날 늦은 시각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6년 8개월 만이다.

    평양에서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은 열차로 20시간 이상 걸리기에, 김정은의 베이징 도착 시점은 2일 낮이 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톈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차 먼저 중국에 온 가운데, 김정은까지 합류하면서 북·중·러 정상이 탈(脫)냉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김정은은 이번 열병식에서 북·중·러의 공조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최대 군사 이벤트에서 ‘귀빈’ 대접을 받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과 군사·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31일에는 새로 조업한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미사일 생산 능력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전했다. 김정은은 신형 컨베이어 벨트식 미사일 생산 공정을 참관하면서 “미사일 능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고 했다.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했던 ‘미사일 생산 능력 확대 조성 계획’의 목표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이날 찾은 지역은 북한의 군수 공장과 미사일 발사 기지가 밀집한 자강도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북한의 군사력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진영 대결·괴롭힘에 반대해야” 美 비판… 푸틴 “우크라 위기는 서방 탓”

    시진핑은 1일 폐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연설에서 “냉전적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 괴롭히는 행위에 반대해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또 “안보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는 종합센터를 조속히 가동하고, SCO 개발은행을 신속히 설립해 회원국의 안보·경제 협력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 주도로 출범한 다자 협의체로, 회원국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인도·파키스탄·이란·벨라루스 등 10국이다. 시진핑은 회원국에 대한 경제 지원도 강조하면서 “SCO 회원국에 대한 중국의 누적 투자액이 840억달러(약 120조원)를 넘겼다”면서 “연내에 20억위안(약 4000억원)을 회원국들에 무상 원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진핑에 이어 연설한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서 서방이 주도한 쿠데타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과 북미에 초점을 맞춘 세계 질서가 공정한 체계로 대체되고 있다면”서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질서 확립을 촉구했다.

    이날 SCO 회원국 정상들이 합의한 공동 선언문인 ‘톈진 선언’에서는 회원국인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 시설 공격을 규탄했다. 또 지난달 28일 영국·독일·프랑스가 이란의 핵 개발을 문제 삼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복원 절차에 착수한 것에 반대했다. 아울러 회원국 간의 군사 분야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칼라 프리먼 외교정책연구소장은 ”SCO 회원국은 이제 공동의 목표보다 미국에 대한 불만으로 뭉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SCO 정상 회의의 반서방 기조는 베이징에서 열리는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합류로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오는 3일 천안문광장에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앉은 모습은 ‘신(新)냉전 구도의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김정은이 2일 베이징에 도착해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여장을 풀지도 주목된다. 김정은은 과거 베이징 방문 기간에는 댜오위타이 18호각에 묵어왔다. 이곳은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아버지인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투숙해온 곳이다. 김정은이 베이징 도착 후 푸틴과 양자 회담을 갖거나 시진핑이 주최하는 저녁 연회에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김정은은 앞선 네 차례 방중 때는 도착 첫날 시진핑과 정상회담 및 환영 만찬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다자 무대에서 만나기에 단독 만찬이 어려울 수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이전과는 다른 조건에서 이뤄지기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중·러와의 밀착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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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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