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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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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수중 핵드론 과시하자… 트럼프, 33년 만에 “핵실험 재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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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 전력 러시아 2위, 中이 3위지만 5년 내 따라잡혀… 선택 여지 없다”

    시진핑과 정상 회담 직전에 지시

    조선일보

    30일 귀국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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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최근 신형 핵무기를 잇따라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국도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1992년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은 미국이 러시아의 핵 전력 증강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다른 나라들의 시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는 전쟁부(국방부)에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며 “이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의 첫 임기에 기존 무기의 완전한 개량과 현대화를 이뤘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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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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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핵 전력에서) 러시아가 2위, 중국이 한참 처진 3위지만 5년 안에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핵실험을 재개한다는 취지다. 이날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는 “왜 지금 핵무기 시험 재개를 지시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다른 나라들과 관련된 일이다. 그들 모두 핵실험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시험을 재개할 경우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거듭 밝힌 입장을 상기하고 싶다”며 “누군가 (핵실험) 유예를 어긴다면 러시아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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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해군연구소핵탄두 탑재 가능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원자력 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포세이돈은 수중 드론처럼 잠항이 가능하며, 사정거리는 1만8000㎞에 달해 대륙간탄도미사일 ‘사르마트’를 능가한다고 러시아 측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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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는 최근 신형 핵무기 실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푸틴은 지난 29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원자력 추진 어뢰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포세이돈은 수중 드론처럼 잠항이 가능하며, 방사능으로 오염된 쓰나미를 일으켜 해안 도시를 거주 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 같은 날 푸틴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사르마트’가 곧 실전 배치될 예정이라고도 했다. 10~15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사르마트는 사정거리가 1만8000㎞에 달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다.

    앞서 지난 26일엔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 미사일은 초소형 원자로의 에너지로 가열·압축한 공기를 분사해 비행한다. 이론적으로는 수개월도 비행할 수 있어 사정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라고 러시아는 주장한다. 푸틴은 지난 22일엔 육·해·공 핵전력 훈련을 감독했다.

    트럼프의 글이 시진핑과의 부산 회담을 약 1시간 앞두고 올라온 점도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핵무기 증강에 나서고 있는 중국을 회담 직전에 공개적으로 압박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주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승인된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에 핵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30일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5년간 핵탄두를 300기에서 500기로 늘렸으며,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가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핵폭발 실험 재개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미사일 등 운반체 시험 확대를 뜻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핵폭발 실험은 국방부가 아닌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 관할이다. 실제 폭발 실험을 재개하려면 기술적·행정적 준비에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러시아·중국은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했지만, 미국 등 핵심 국가가 비준하지 않아 조약은 발효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1990년대 중반 이후 핵폭발 실험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에 미국이 핵폭발 실험에 복귀할 경우 다른 핵보유국들을 자극해 신(新)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러 사이의 마지막 핵 군축 틀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은 내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후속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핵실험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말 비핵화를 보고 싶다”면서도 “러시아가 핵을 가지고 있고 중국도 4~5년이면 이를 따라잡을 텐데, 이런 긴장을 완화시키고 탈핵화를 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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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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