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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올해 국내 게임 시장은 규제의 압박과 진흥의 훈풍이 교차한 대전환의 해였다. 10년 넘게 업계를 옥죄던 '질병 코드' 논란이 종식되며 정책적 변곡점을 맞았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는 고착화된 수익모델(BM)의 체질 개선을 강제했다.
게임사들은 내수 모바일 시장의 포화를 뚫기 위해 콘솔과 PC로 전장을 넓혔고, 단순한 개발 효율화를 넘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 다가올 2026년은 글로벌 대작들이 연이어 예고된 만큼 생존을 위한 체급 키우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질병코드' 악재 넘은 게임산업, '확률형 규제'로 신뢰 회복 시동
2025년 게임산업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정부의 인식 변화였다.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은 게임업계 간담회에서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천명했다. 이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논란 이후 지속된 불확실성에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정부 정책 기조가 규제 일변도에서 산업 육성으로 180도 선회했음을 시사한다.
반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한층 엄격해졌다. 2024년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가 올해 본격적으로 정착되며 시장의 투명성을 높였다. 시행 후 1년 6개월간 2000건이 넘는 위반 사례가 적발되는 진통도 있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리니지 라이크'로 대변되던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됐다.
게임사들은 이에 발맞춰 '착한 BM' 도입을 서둘렀다. 맹목적인 뽑기 대신 배틀패스, 월정액 구독, 확정형 보상 등을 도입해 이용자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용자들의 과금 패턴 역시 원하는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구매하거나 소액으로 즐기는 합리적 소비로 변화했다.
◆'모바일·MMO' 편중 탈피...콘솔·AI로 승부수
산업 구조적으로는 '1N1K(넥슨·크래프톤)' 양강 체제가 굳어지며 플랫폼 다변화가 가속화됐다. 내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이 한계에 직면하자, 주요 게임사들은 PC와 콘솔 플랫폼에서 해답을 찾았다.
넥슨은 올해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아크 레이더스'를 연이어 출시하며 서구권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특히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12일 만에 글로벌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했으며 글로벌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크래프톤은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로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장 판매를 기록하며 장르 다변화에 성공했다. 네오위즈의 'P의거짓'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는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2025' 최고의 게임 확장팩 부문을 수상했다.
기술적으로는 AI가 게임 개발 현장 깊숙이 파고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LLM '바르코'로 생성 기술을 고도화했고, 크래프톤은 이용자와 소통하는 'AI 팀메이트(CPC)'를 앞세워 'AI 퍼스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다만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를 앞세운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이 개발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며 맹추격하고 있어 국내 업계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판 커지는 2026년...K-게임, '콘솔·PC'로 글로벌 정면돌파
2026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2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 '스위치2'가 시장에 안착하며 판을 깔았고, 최고의 기대작 'GTA6'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제 우리 게임 산업도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동반 성장하는 글로벌 무대를 정조준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상반기 대작 출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펄어비스는 오픈월드 액션 '붉은사막'을 3월 글로벌 출시하며,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으로, 엔씨소프트는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6년에는 글로벌 게임 시장의 관심이 모바일에서 PC·콘솔로 이동할 것"이라며 "GTA6 출시 전인 상반기에 서구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기업만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은 국내 게임사들이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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