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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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와 K팝 산업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28일 ‘거의 붕괴 직전: 한국 영화계 위기의 이면, K팝 역시 예외가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산업 모두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이제 국내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매체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배력은 흔들림 없이 굳건해 보인다”며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차트를 석권하고,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고,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최고 인기작이 되는 등 한국 대중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 내부에서는 한류를 일으키는 데 일조했던 두 산업인 영화, K팝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이들이 생존을 위해 택한 전략이 오히려 성공의 토대가 되었던 창의적 기반을 훼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극장 관객 수와 박스오피스 수익이 급감한 점, 한국 영화 제작 및 배급 편수 감소 등을 언급하며 “영화 부문 침체가 가장 심각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한양대 영화과 제이슨 베처베이스 교수는 “단기적인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약화”라고 봤다. 그는 “수년간의 수익 감소와 비용 상승으로 인해 한때 신인 감독들이 성장하고 기성 감독들이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던 중저예산 영화 제작이 줄어들었다”며 “이제 많은 인재들이 투자가 안정적이고 제작 일정이 예측 가능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극장 개봉한 뒤 OTT로 옮겨가는 기간이 단축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디언은 “관객들이 굳이 티켓을 구매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며 “영화관들은 아이맥스와 돌비 같은 프리미엄 포맷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 영화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이러한 업그레이드만으로는 지속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기에 처한 건 K팝도 예외는 아니다. 가디언은 “오랫동안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문화 수출품 중 하나로 여겨져 온 K팝 역시 불확실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물 앨범 판매량은 2024년에 19.5% 감소하여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기획사들은 글로벌 투어로 방향을 틀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 나섰다.
애리조나주립대 한국학과 정아름 교수는 “K팝 기획사들은 핵심 팬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편협한 시각이 아이돌의 선발, 훈련, 마케팅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이 BTS나 블랙핑크처럼 K팝 황금기를 이끌었던 ‘획기적인 글로벌 현상’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주요 기획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오히려 K팝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할 위험도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앞으로도 수익을 창출하겠지만, 금전적 성공만으로는 창의적인 혁신을 보장할 수 없다”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을 다시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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