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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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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주한 前총리 넘겨라” 외교 전쟁터 된 크리켓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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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글라데시, 인도에 송환 요구

    거절당하자 월드컵 보이콧 선언

    조선일보

    방글라데시 내 힌두교 탄압에 항의하는 인도인들 지난달 23일 인도 뭄바이 방글라데시 부영사관 앞에서 힌두 민족주의 단체 ‘세계힌두의회(VHP)’ 회원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에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 급진세력으로부터 방화·폭력 공격을 받고 있지만,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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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월드컵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남아시아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대회가 있다. 바로 크리켓 월드컵이다. 그런데 다음 달 7일 인도·스리랑카에서 개막하는 T20 크리켓 월드컵을 앞두고, 방글라데시의 참가 자격이 박탈됐다. 방글라데시가 인도에서 열리는 대회는 위험해서 못가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하자, 국제크리켓위원회(ICC)가 아예 배제한 것이다. 크리켓 대회가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외교 갈등이 증폭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2024년 인도로 망명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를 두고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시나 전 총리는 2024년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해 최대 1400여 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이듬해 11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하시나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겠다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인도는 사실상 거부하며, 하시나를 보호하고 있다. 한편 방글라데시에선 하시나를 지지했던 힌두교 소수 민족에 대한 이슬람 급진 세력의 폭력과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힌두교가 다수인 인도는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지난달 인도가 자국 프로리그 팀에 방글라데시 국가대표 투수 무스타피주르 라만(30)을 방출하라고 지시하면서 갈등에 불이 붙었다. 국가대표 스타가 정치적 이유로 외국 팀에서 쫓겨나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도 프로리그 중계를 금지하고 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초 방글라데시는 선수단 안전을 이유로 인도 경기를 스리랑카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양국 갈등에는 뿌리 깊은 역사가 있다.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는 본래 영국 식민 지배를 받던 한 나라였으나, 1947년 독립 과정에서 힌두교 중심의 인도, 이슬람교 중심의 파키스탄으로 갈라졌다. 파키스탄의 일부였던 동(東)파키스탄이 내전 끝에 1971년 방글라데시로 독립한 이후 세 나라는 영토, 민족·종교, 수자원 등을 놓고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의 전통 스포츠인 크리켓은 야구처럼 배트로 공을 쳐서 점수를 겨루는 구기 종목이다. 전 세계 팬이 25억명에 달해 축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스포츠다.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에서는 “크리켓이 곧 종교(宗敎)”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결하는 경기는 5억명 가까이 시청한다.

    이번 T20 월드컵은 2년마다 열리는 최대 크리켓 국제 대회다. 이런 대회에서 크리켓 강국 방글라데시가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외교 갈등을 스포츠로 옮겨 초강수를 뒀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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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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