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사출기로 1일 최대 270회 전투기 출격 가능하지만
승조원 4600명 사용하는 650개 변기 매일 막혀
軍用 최적화 안 된 크루즈 船의 진공 오수시스템에, 티셔츠ㆍ로프까지 변기에 넣어
F-35C ‘라이트닝 II’와 F/A-18E/F ‘수퍼 호넷’ 등의 주력 전투기와 전자전기, 조기경보기 등 80대 이상을 탑재하고, 비상시에는 1일 270회까지도 출격시킬 수 있다.
지난 17일 밤 미 항모 제럴드 포드함에서 F/A-18이 출격하고 있다. A1B 원자로로 추진되는 포드 항모는 재급유 없이 25년 가동이 가능하다. /미 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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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증기의 힘이 아니라, 처음으로 전자기(電磁氣) 원리를 사용해 가벼운 무인기부터 무거운 전폭기까지 미세하게 출력을 조절해 사출하는 시스템(EMALS)을 도입했다. 이 밖에도, 귀환하는 전투기를 붙잡는 착함(着艦) 장치나 탄약고에서 갑판까지 무기를 운송하는 엘리베이터의 작동 방식, 발전 용량이 이전 주력 항모였던 니미츠급의 3배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까지 모든 것이 첨단이고 최대다.
작년 6월 모항인 버지니아주 노퍽을 출항해 현재 7개월째 작전 배치 중이며, 1월초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공습과 당시 대통령이었던 니콜라스 마두로의 체포로 이어진 작전에도 투입됐다.
그러나 이런 세계 최첨단 항모가 뜻밖의 ‘복병(伏兵)’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 공영라디오(NPR)가 최근 보도했다. 바로 항모에 설치된 약 650개의 변기 문제다. 툭하면 오수관이 막혀서 4600명에 달하는 승조원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제럴드 R 포드 함은 세계 최첨단의 항모이지만, 4600명의 승조원이 사용하는 650개의 변기가 거의 매일 고장나는 '치명적' 결함을 겪고 있다./미 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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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은 작년 7월 24일 포드함이 노퍽을 떠나 유럽과 지중해로 처음 출항한 지 한달쯤 됐을 때, 이 항모에 탄 수병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한 어머니가 NPR에 이런 비위생적 환경을 알리면서 드러났다. NPR은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관련 정보를 획득해 보도했다.
NPR이 미 해군으로부터 제공받은 날짜 미상의 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항모가 처음 해외에 투입된 “2023년 6월 이후, 배에 모든 승조원이 탑승한 날이면 거의 매일 오수처리 시스템의 일부를 수리해 달라거나 막힌 곳을 뚫어 달라는 고장 신고”가 접수됐다.
또 자체적으로 수리를 못해 2023년 취역 이래 42차례 외부 지원을 요청했는데, 그 빈도도 늘어나 작년엔 32차례에 달했다.
작년 3월엔 4일 동안 205건의 고장이 접수됐다. 당시 이 항모의 엔지니어링(공병) 부서가 전 부서의 수석 부사관에게 발송한 이메일은 “오수 시스템이 수병들에 의해 매일 망가지고 있다. 우리 정비병이 수리 수요를 맞추느라 하루 19시간씩 화장실만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 항모의 화장실 오수관이 이렇게 자주 막히는 근본 이유는 군용(軍用)으로 최적화 작업이 안 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진공식 오수 처리 시스템(VCHT)’을 차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형 크루즈 선박에서 사용하는 VCHT는 물을 적게 쓰고 압력차를 이용해서 오물과 공기를 순간적으로 빨아들인다. ‘쓱’하고 빨려 들어가는 여객기 화장실 변기와 같은 원리다. 여객기는 높은 고도의 낮은 기압을 자연스럽게 이용하지만, 해수면의 항모는 대형 진공 펌프로 기압차를 만든다.
문제는 이런 진공 오수처리 시스템이 공간을 최대한 압축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항모에 도입되면서 진공 오수처리관은 더 좁아지고 설계는 더 복잡해져서 시중의 일반 화장지, 갈색 종이타월도 종종 고장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10개 구역(zone)으로 나뉘어진 포드 항모의 화장실 오수처리 시스템이 흡입력을 잃게 된다.
작년 8월 작성된 포드 항모 공병부서의 한 이메일은 “항모 전체에 수천 개 부품이 있고 매일 고장이 발생한다. 변기 제어 밸브 하나만 고장 나도, 위치에 따라 해당 구역 전체가 ‘사용 불가’ 상태가 된다”고 밝혔다. .”
NPR은 군용(軍用)으로 검증되지 않은 VCHT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에, 승조원들의 엉망인 사용 방식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평균 연령이 대학생과 비슷한 많은 수병에게 6개월이 넘는 항모 생활은 ‘떠다디는 기숙사’ 환경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아무리 주의를 줘도, 화장실 변기에 티셔츠, 길이 1.2m짜리 로프 등 온갖 잡동사니를 버려 오수관이 막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드 항모의 수석 기관장은 종종 “참고: 필요시 화장실 지금 사용 바람. 13시 30분부터 2시간 시스템 중단 예정. 현재 6구역에서 진공 고장 지점을 찾고 있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낸다고 한다.
승조원들의 잘못된 사용 외에도, 오수 배관에 쌓이는 칼슘 침전물도 좁은 배관을 막는다. 크루즈선과 달리 항모는 한번 작전에 투입되면 오수 저장 기간이 매우 길다. 또 칼슘이 고체로 변하기 쉬운, 오수관이 원자로 열(熱)과 고온 배관과 나란히 조밀하게 배치된 환경이라고 한다. 군함의 우선 순위가 ‘전투 최적화’이다 보니, 배관 세정은 ‘불편하지만 치명적이진 않다’는 논리에 밀린다.
포드 항모는 2023년 이후 오수 시스템 복구를 위해, 최소 10차례의 산성 세정(acid flush)을 했는데, 1회 실시에 40만 달러(약 5억 7000만원)가 들었다. 이 작업은 항구에 정박했을 때만 가능하다.
NPR은 “이미 미 회계감사원(GAO)이 2020년 보고서에서 이 진공 오수처리시스템이 용량이 부족하고 설계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는데도, 4600명의 수병이 수개월 항해 중에 제멋대로 고장 나는 오수 처리 시스템을 감내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 해군 함대사령부의 대변인 데이브 카터 중령은 NPR에 보낸 답변에서 “화장실 문제는 나아졌고, 화장실 사용 평균 중단 시간은 30분~2시간이며, 작전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었다. 배관 개선 작업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가능성은 낮다”고 NPR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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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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