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서구화되는데 병원 모자라
남성 평균 수명 일본 하위권으로
지난 2004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오키나와를 ‘세계 1등 장수촌’으로 소개했다. 1년 내내 따뜻한 오키나와는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그리스의 이카리아, 코스타리카의 니코야와 함께 장수인이 많고 만성 질환 비율이 낮은 ‘블루 존(blue zone)’으로 꼽혀왔다. 저열량·채소 위주의 전통 식단과 활발한 신체 활동, 강한 공동체 문화가 장수의 비결로 거론됐다.
/그래픽=양진경 |
하지만 2000년대부터 오키나와의 각종 건강 지수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질병률·사망률·비만율 등도 일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020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서 남성 평균 수명은 일본 광역자치단체 47곳 중 43위로 추락했다. 여자 평균 수명도 87.88세로 일본 내 16위로 떨어졌다. 2021년 오키나와 남성의 비만율은 41.6%로 일본 내 최고 수준이었다. 여성 비만율도 24.8%로 일본 전국 평균(22.3%) 이상이었다. 전국 최저 수준이던 당뇨병 사망률도 평균을 넘어섰다.
2024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의 ‘유소견율’도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유소견율이란 정기 건강검진을 받은 노동자 중 이상 소견이 발견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콜레스테롤 수치 이상이 39.9%로 전국 평균(31.2%)보다 높았고, 혈압 이상도 25.4%로 전국 평균(18.4%)을 웃돌았다.
오키나와가 불과 40년 만에 ‘단명촌’으로 불리게 된 건 식습관은 서구화됐는데, 자동차 보급이 늘어 주민들의 운동량이 감소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수십개의 섬으로 이뤄져 의료 시설이 부족하다. 만성질환 관리가 취약하다는 뜻이다. 오키나와현은 동서 1000㎞ 길이에 흩어진 총 160여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40여곳이지만, 의사가 상주하는 섬은 절반 정도다. 1600여명이 살고 있는 요나구니 섬은 진료소에 상주할 의사를 찾지 못해 결국 오는 4월 진료소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응급 상황 발생 시 배를 타거나 항공편에 의존해야 하는 등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진 셈이다.
한국에서도 ‘구곡순담’(구례·곡성·순창·담양) 지역이 100세 장수 마을로 불렸지만 최근 낮은 의료 접근성 때문에 건강 지표가 중하위권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에서 주민들의 신체 활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공원이나 운동 시설이 부족한 것도 지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영호(서울대 의대 교수)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은 “한국의 구곡순담과 일본 오키나와는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에 있어 개인의 노력보다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각 지자체가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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