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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건강, 유전보다 인프라가 결정 1달러 투자하면 3달러를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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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건강 지도]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미래에 한국을 덮칠 ‘의료비 폭탄’을 막으려면 사전 건강 관리, 질병 예방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서울대 윤영호(서울대 의대 교수) 건강문화사업단장은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의료 수요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건강 정책을 정밀하게 뜯어보고 문제를 교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 단장이 이끄는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지난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252곳 1만명을 조사해 기초단체별 신체·정신 건강 지수(한국 건강 지수)를 산출했다. 그 결과 건강 지수 상위권은 안정된 소득과 탄탄한 건강 관련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 부촌이 휩쓸었다. 반면 농어촌 지역 상당수가 중하위권으로 밀려났다. 과거 건강의 상징으로 꼽혔던 시골 장수촌도 하위권이었다. 윤 단장은 “이번 연구는 현대인의 건강은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나 노력의 산물만이 아니라 사회 환경과 공공 자원 투입의 결과물이란 점을 보여준다”며 “한국 사회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부·지자체, 기업과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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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단장은 이번 조사 배경과 관련해 “건강에서 유전 등 개인 특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운동 시설이나 녹지 공간 등 사회적 환경과 의료 수준 등이 결정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건강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건강 관리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기초단체, 기업, 대학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를 앞장서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윤 단장은 “주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기초단체의 의무지만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할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기업도 직원들의 건강 증진을 복지 차원을 넘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투자’ 차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2015년부터 경제산업성 주도로 기업, 경제단체, 지자체, 의료 단체 등이 참여하는 ‘일본건강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기초단체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가 건강 증진 목표를 수립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직원들의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기업들은 ‘건강경영우량법인’으로 인증하고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윤 단장은 “한국도 정부 부처, 지자체, 기업이 건강 증진을 목표로 협력하는 ‘한국형 건강회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조선일보 취재팀은 기초단체별 건강 지수를 바탕으로 시·군·구 건강 담당자들과 해당 지역 건강 환경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건강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30일까지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 50여 곳이 컨설팅을 문의해왔다. 건강문화사업단과 본지 취재팀은 건강·보건 및 행정·도시·영양·경영 분야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기초단체의 건강 정책을 정밀 진단하고 정책 수립을 도울 예정이다.

    윤 단장은 “많은 지자체와 기업이 건강 관련 예산을 쓰고 있지만,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려면 지자체 등의 주민 건강 관리 수준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지자체 특성에 맞는 ‘핀셋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윤 단장은 지자체 컨설팅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와 관련해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다가올 ‘의료비 폭탄’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초고령화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과 1인당 진료비가 급증하면서 2050년에는 국민건강보험이 44조원 적자가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보험료를 무한정 올릴 수 없으니 사전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윤 단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과학적인 건강 관리 프로그램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약 3달러의 수익이 발생한다”며 “정신 건강 분야는 효과가 6배가 넘는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했다. 윤 단장은 “지역 상황에 맞는 건강 정책으로 국민 개개인이 건강해지고, 기업과 지역 사회가 활력을 되찾아 국가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윈·윈’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1990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서울의대 건강사회정책실장,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한국건강학회 초대 이사장, 서울대 기획부총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24년 11월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의 초대 단장에 임명됐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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