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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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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 총리 3명 바뀐 태국 총선…보수·혁신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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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분쟁·경제난 속 헌법 개정 투표도

    연정 구성이 승부처

    지난 3년간 세 명의 총리가 들어서며 정치적 혼란을 겪은 태국이 내일 총선을 치른다. 5300만 유권자가 하원 500석(지역구 400석·비례대표 100석)을 뽑는다. 선거와 함께 헌법 개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도 실시한다. 투표 시간은 현지 시각 기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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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태국 방콕의 한 길거리에 선거 포스터가 걸려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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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는 조기 총선이다. 아누틴 찬위라쿤 총리가 지난해 12월 하원을 해산했기 때문이다. 태국은 2023년 총선 후 총리가 3명이나 바뀌었다. 그해 5월 사업가 출신인 세타 타위신이 총리가 됐으나 헌법재판소가 이듬해 8월 해임했다. 뒤를 이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지만 1년도 안 돼 쫓겨났다. 캄보디아 훈센 상원 의장과의 통화 내용이 유출돼 헌법재판소가 2025년 8월 그를 국가 기밀 유출을 이유로 파면했다. 아누틴이 9월 총리가 됐다.

    3파전 구도, 과반 확보는 어려워

    이번 선거는 3파전 양상이다. 국민당, 품짜이타이당, 프어타이당이 맞붙는다.

    국민당은 진보 개혁 세력이다. 당대표는 나타퐁 르엉판야웃(38)이다. IT 업계 출신 사업가인 그는 202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전진당의 뒤를 이었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됐다. 국민당은 징병제 폐지, 민주 헌법 제정, 관료제 개혁을 내세우고 있으며 1200만명에게 1000바트(4만6000원)를 1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론조사에서 34~36%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나타퐁이 29~35%로 1위를 차지했다. 도시 청년층의 지지가 두텁지만 지역 네트워크가 약하고, 군부와 왕실 중심의 보수 기득권층이 연정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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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 방콕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자에게 장미꽃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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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짜이타이당은 보수 집권당이다. 현 총리인 아누틴(60)이 이끌고 있으며, 국경 장벽 건설, 복지 확대, 왕실 수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지율은 19~23%로 2위다. 아누틴은 현직 총리라는 이점과 함께 탄탄한 지방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캄보디아 국경 분쟁에서 강경 대응으로 민족주의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어타이당은 탁신 전 총리가 25년간 이끌어온 포퓰리즘 정당이다. 총리 후보는 탁신의 조카 욧차난 웡사왓(46)이다. 매일 9명에게 100만바트를 주는 ‘은퇴 복권’, 농민 부채 탕감, 지하철 20바트 균일 요금 등을 약속했다. 지지율은 16~22%로 3위다. 탁신의 정치적 고향인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동북부 농촌의 충성 지지층이 있지만, 2023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이곳에서 1당을 놓쳤고 패통탄의 캄보디아 통화 유출 사건이 타격을 줬다.

    지역별 지지 성향은 뚜렷하게 갈린다. 국민당은 방콕과 중부 도시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특히 방콕에서는 2023년 전진당 시절 33석 중 32석을 휩쓸었다. 이번에도 방콕과 수도권 등에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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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프어타이당의 선거 유세 현장에 패통탄 친나왓(왼쪽 두 번째 여성) 전 총리와 탁신 조카 욧차난 웡사왓(왼쪽 세 번째 남성)이 선거 유세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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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어타이당의 텃밭은 북부와 동북부(이산) 농촌 지역이다. 탁신 전 총리가 집권하던 2000년대 초반 이 지역에 의료보험과 농촌 개발 사업을 집중 투입하면서 충성 지지층을 확보했다. 북부 치앙마이주와 동북부 우돈타니주, 콘깬주 등에서 여전히 강력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농민 부채 증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지지층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품짜이타이당은 동북부 부리람주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웠다. 당 대표 아누틴의 가문이 부리람에서 건설업과 정치적 영향력을 오랫동안 행사해 왔다. 최근에는 중부와 남부 보수 성향 지역으로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남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왕당파 성향이 강해 품짜이타이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집권당이라 강력한 선거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남부는 중도 진보 성향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20~3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정 협상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251석)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캄보디아 분쟁이 최대 쟁점

    이번 선거에선 경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갤럽 조사에서 유권자 절반이 경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태국 경제는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해 아시아 최고 수준이고, GDP 성장률은 2019년 이후 3%를 넘지 못했다. 2026년 전망치는 1.5~2.0%에 그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국 수출품에 19% 관세를 부과하면서 타격이 가중됐다. 태국개발연구소는 이로 인해 GDP 성장이 0.4~0.77%포인트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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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과 캄보디아의 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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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어타이당의 간판 공약이었던 ‘디지털 지갑’ 정책이 실패로 끝난 것도 큰 변수다. 2023년 총선에서 프어타이당은 16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1만바트(약 38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이 불투명했다. 결국 대상을 취약 계층과 노인으로 축소했고, 2024년 9월 1450만명에게 현금을 지급한 뒤 2025년 1월 노인 400만명에게 추가 지급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국민은 돈을 받지 못했다. 재무장관이 “남은 예산 260억바트는 경기 부양에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3당 모두 현금 지급과 부채 탕감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태국개발연구소는 5개 주요 정당의 공약을 이행하면 연간 최대 7400억바트(약 28조원)의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에서 무력 충돌했다. 태국 공군이 F-16으로 캄보디아 군사 시설을 공습했고, 1987~1988년 태국·라오스 국경전 이래 가장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다. 양측에서 150여 명이 사망했고 75만명 이상이 집을 떠났다. 12월 27일 16개 항 휴전 합의가 이뤄졌으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국경 분쟁이 선거 판도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누틴 총리가 강경 대응으로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보수층이 결집했다. 패통탄 전 총리가 캄보디아 훈센 상원 의장과 통화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녹취록에서 패통탄은 훈센을 “삼촌”이라 불렀고, 태국 군 사령관을 “반대파”라고 지칭했다. 훈센에게 “삼촌이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챙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층은 이를 반역 행위로 규정했고, 헌법재판소가 패통탄을 파면하면서 ‘탁신 가문은 매국노’라는 프레임이 강화됐다.

    헌법 개정 투표, 3단계 중 첫 관문

    선거와 함께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묻는 투표로, 2017년 군사정권이 제정한 현행 헌법을 대체하기 위한 첫 단계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총 3차례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1차 투표는 이번에 치러지며 새 헌법 제정 원칙에 동의하는지를 묻는다. 2차 투표에서는 헌법 개정 절차를 담은 조항 개정안을 표결하고, 3차 투표에서 완성된 새 헌법 초안을 최종 승인한다. 유권자들은 구체적인 헌법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원칙적 동의 여부만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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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태국 방콕의 투표장에서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 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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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이 복잡한 절차가 개헌을 지연시키는 장치라고 비판한다. 현행 헌법은 상원의 권한 등 군부 기득권을 보호하는 조항들이 담겨 있다. 개혁 세력은 이런 독소 조항을 없애려 하지만, 보수 기득권층은 절차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개헌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치앙마이 라차팟대 조사에서 응답자의 67.8%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했지만, 실질적인 헌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원의 총리 선출 관여 차단, 연정 구성이 승부처

    이번 선거의 중요한 변화는 상원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9년 헌법 개정으로 상원의 총리 선출 권한이 5년 한시로 부여됐었는데, 그 기간이 끝났다. 2023년 총선에서 전진당이 1위를 했지만 군부가 임명한 상원이 저지하면서 대표 피타 람짜르랏(46)이 집권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하원 500석 중 251석만 확보하면 총리를 선출할 수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권한은 여전히 남아 있다. 16년간 헌법재판소에 의해 총리 4명이 쫓겨났다. 국민당이 제1당이 되어 정권을 구성해도 사법적 개입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래서 선거 후 연정 협상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과반 251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으면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정당은 최대 3명의 총리 후보를 제출할 수 있으며, 총리 후보를 표결에 올리려면 최소 25석을 확보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여러 갈래다. 먼저 국민당이 최다 의석을 얻고도 연정을 성사시키지 못할 가능성이다. 2023년 전례처럼 보수 기득권층이 국민당 참여 정부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왕실 모독죄 개정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연정 파트너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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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나타퐁 르엉판야웃(가운데) 국민당 대표가 피타 람짜르랏(왼쪽) 전 전진당 대표와 유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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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짜이타이당이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프어타이당 등과 연합해 아누틴이 총리직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품짜이타이당은 협상력이 강하고 다양한 세력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착이 길어지면서 대안 후보가 떠오르거나 절충형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어타이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어느 진영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연정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탁신 전 총리가 5월 가석방될 가능성도 정치적 변수로 작용한다.

    티티난 퐁수티락 쭐라롱꼰대 정치학부 교수는 “지난 25년간 선거 결과가 완전히 존중된 것은 단 한 번뿐”이라고 말했다.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 당이 해산되고 총리가 쫓겨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는 분석이다. 공식 선거 결과는 4월 초까지 확정되며, 연정 협상을 거쳐 5월쯤 새 정부가 출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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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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