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2일 출시한 게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신규 콘텐츠 '악마술사의 군림'. /블리자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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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35)씨는 이번 설 연휴 기간 대부분을 친구들과 함께 모여 게임 ‘디아블로2’를 하며 보냈다. 출시된 지 25년이 넘은 오래된 게임이지만, 최근 신규 직업이 추가됐다는 소식에 다시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A씨는 “부모님 댁에 짧게 다녀온 뒤 미혼 친구들과 모여 밤새 게임을 즐겼다”며 “초등학생 때 했던 추억이 떠올라 게임 서버 대기하는 시간조차 즐거웠다”고 말했다.
최근 게임 업계에 ‘아재 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리스크가 큰 신작 게임 개발 대신 이미 검증된 20~30년 전 올드 IP(지식재산권)를 다시 꺼내고 있는 것이다. 화질이 낮은 고전 게임을 초고해상도 그래픽으로 발전시키거나, 아예 과거의 불편함을 되살린 ‘클래식’ 버전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작 게임 개발 비용이 치솟으면서, 이미 구매력이 검증된 ‘올드 게이머’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아재 게임’ 열풍은 해외 게임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2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25년 만의 8번째 신규 직업을 공개하자, 게임 서버 접속 대기열이 생기며 게임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2021년 출시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2000년에 출시된 ‘디아블로2′의 큰 틀은 유지한 채 해상도를 높이고 스킬 설정 일부를 변경한 리마스터 버전이다. 스퀘어에닉스는 2000년에 출시된 ‘드래곤퀘스트7’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설계한 버전인 ‘드래곤퀘스트7 리이매진드’를 지난 5일 출시했는데, 출시 당일 실물 타이틀 품절 사태를 빚었을 정도다.
엔씨소프트가 7일 공개한 '리니지 클래식' 소개글. /엔씨소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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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 역시 올드 IP 활용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7일 1998년 출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리니지 클래식’을 출시했다. 넷마블은 2000년대 초를 풍미한 게임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신작인 ‘스톤에이지 키우기’를 3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20년 이상 된 ‘사골 IP’들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운 모양새다. 실제 ‘리니지 클래식’은 출시 열흘 만인 17일부터 22일까지 PC방 점유율 2위(게임트릭스)를 유지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이처럼 올드 IP에 매달리는 이유는 소위 ‘3중고’ 때문이다. 우선,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웬만한 AAA급(초대작)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고금리 여파로 투자 시장은 얼어붙었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대체 콘텐츠의 공세로 게임 이용률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62.9%, 2025년 50.2%까지 하락했다. 전체 게임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신규 IP를 알리기 위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 게임 엔진 업체 유니티는 “충성도 높은 기존 팬층을 보유한 IP는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게임사들의 시선은 구매력이 검증된 ‘올드 게이머’를 향하고 있다. 원스토어가 지난달 공개한 ‘2025 게임 이용 트렌드’에 따르면, 작년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이 돈을 쓴 연령층은 30대였고, 40대는 ‘구매자 1인당 결제액’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신규 IP 개발은 ‘도박’이나 ‘로또’에 가깝지만, 검증된 올드 IP는 최소한의 매출이 보장되는 ‘보험’과 같다”며 “업황이 나아지기 전까지는 이런 ‘아재 게임’ 출시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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