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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우크라, 러와 전쟁 4년… 댄서는 저격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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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의 엄마인 47세 히미온, 4년전 자원 입대

    “어릴 때부터 사교댄스, 대회 나가고 아이들 가르쳐...

    나라가 전쟁통인데 춤 추고 다닐 수만은 없었다”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저격수로 복무 중인 테티아나 히미온(47)이 2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 옆에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전에 무용 교사로서 찍은 과거 사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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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홀로시우스키의 한 공원. 올리브색 두꺼운 군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은 중년 여성이 그루터기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손에는 장총을 들었고 표정은 덤덤했다. 백금발 머릿결은 정리되지 않은 채 푸석푸석한 모습이다.

    AP통신이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4년을 맞아 보도한 사진 속 여군은 테티아나 히미온(47). 댄서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저격수로 자원 입대했다. 무대 위 삶과 전혀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테티아나는 여섯 살 때부터 사교댄스를 배웠다. 성인이 된 뒤 댄서로 일했고 국제 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강습소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트렌치코트에 하이힐 차림으로 입상한 어린 댄서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그의 잘나가던 과거를 보여준다.

    “하루하루가 정말 바빴다. 우크라이나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하느라 계속 여행을 다녔다. 매주 유럽과 중국을 여행했고 정말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이런 일상은 전쟁으로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나라가 전쟁통인데 춤을 추고 다닐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는 전쟁 직후 입대한 남편을 따라 자신도 저격수로 참전하기로 했다. 남편이 만류했지만 한 번 정한 마음은 바꾸지 않았다.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군에서 저격수로 복무하는 테티아나 히미온(47)이 22일 키이우의 한 가게에서 식료품을 둘러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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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격수에 자원한 건 두 아들과의 추억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적 사격장을 찾아 게임을 즐겼는데 과녁 정중앙을 맞혀 상품을 얻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저격수에게 정확성과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는 유럽에서 훈련받은 뒤 2023년 8월 제78공중강습연대에 근거리 저격수로 합류했다. 전투 중 공격조를 엄호하는 게 그의 임무다. 군 생활 적응도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친 덕에 군대 규율에 적응할 수 있었고 무대 위에 섰던 경험으로 전쟁터에서도 침착할 수 있었다.

    테티아나는 다만 자신은 총을 들었지만 다 큰 두 아들만큼은 참전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언젠가 전쟁이 끝나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전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감정과 감각, 순간을 모두 경험했다. 산에도 가고 싶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싶지만 예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걸 안다.”

    우크라이나 시민의 삶을 바꾼 전쟁은 4년이나 이어지고 있지만 종전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주(州)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 영토 이양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영토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 4년이라는 말 뒤에는 수백만 국민과 그들의 용기, 믿기 어려울 만큼의 인내가 있다”며 “우리는 독립을 지켜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은 그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인들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며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만 1만5000명, 부상자는 4만명을 넘어섰다. 이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고향을 떠났다. 전쟁 난민 국제이주기구(IOM)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우크라이나 국내 실향민은 371만2000명, 유럽 각국으로 피신한 난민은 53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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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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