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호다카 의원./ NHK 방송 캡처 |
14일(현지 시각) 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보수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마루야마 호다카(丸山穂高·35) 의원은 지난 11일 쿠릴 4개 섬 중 한 곳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전쟁으로 섬을 되찾는 것에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라고 이 섬 출신인 오쓰카 고야타(大塚小弥太·89) 단장에게 큰소리로 질문하며 소란을 피웠다.
당시 ‘북방4도 비자 없는 교류 방문단’의 일원으로 섬에 방문한 마루야마 의원은 공식 일정이 끝난 후인 오후 8시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루야마 의원은 오쓰카 단장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다"고 하자 "전쟁하지 않으면 (되찾을)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 방문단원들이 마루야마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자 마루야마 의원은 전체 단원에게 사과했다. 그 다음날 홋카이도에 귀국한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단장에게 생각을 물었을 뿐이다. (러·일)협상으로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마루야마 의원은 13일 밤 도쿄 아카사카 의원 숙소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론으로서 물으려던 것인데, 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 오해를 주는 상황이 됐다"면서 "내 발언으로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진의가 아니다. 진심으로 이번 발언을 사과하고 철회한다"며 사죄했다. 그는 문제의 발언을 할 때 "술에 취해있었다"며 "(해당 발언이) 섬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양국의 외교 스캔들로 번지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이와 같은 발언에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4일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은 13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일 지사 회의에서 "양국 관계의 흐름 속에서 가장 나쁜 일"이라며 마루야마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4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마루야마 의원의 발언이 "정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며 "외교 협상으로 (영토)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 측에 설명할 계획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14일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유신회 대표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郎) 오사카 시장도 "마루야마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함과 동시에 당에서 제명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루야마 의원도 이날 탈당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루야마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자민당과 민주당 후보를 꺾고 국회에 진출한 3선 의원이다. 현재 그는 오사카 19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2차 대전 종전 이후 70년이 넘도록 쿠릴열도 4개 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는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반도 사이에 있는 섬 56곳과 암초를 말한다. 일본은 이 중 홋카이도에 가까운 이투루프섬과 쿠나시르섬, 시코탄섬, 하보마이군도 등 4개 섬이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태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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