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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화웨이 카페⋅ 창업자 책상에 꽂혀있는 책 ‘미국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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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판 화웨이’ 알스톰사 중역 미국 사법부와 분쟁 다룬 책 중문판 지난 달 출간

    지난 26일 베이징에 상주하는 블룸버그의 기술 기업 취재기자 가오위앤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주목받고 있다. 화웨이(華爲)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 책상에 놓인 책이 사진에 나오면서다. 가오는 "알스톰사의 중역을 지낸 프레더릭 피에루치가 미국 법무부와 벌인 5년간의 법정투쟁을 기록한 책 ‘미국 함정’ 중문판이 놓여 있었다"고 썼다. 블룸버그TV는 런정페이와의 인터뷰를 26일 공개했다.

    이 책은 화웨이 캠퍼스내 카페에도 있었다고 중국 관영 관찰자망이 27일 전했다. 화웨이 카페에 있는 이 책의 광고 배너에는 ‘프랑스판 화웨이 사건’ ‘피해자의 출소 후 진술’ ‘미국이 비경제적인 방법으로 타국의 선두기업을 무너뜨리는 놀라운 내막 폭로’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고 관찰자망이 전했다. 알스톰사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전력에너지 및 고속철도 업체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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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화웨이 창업자 책상과 카페 곳곳에 프랑스판 화웨이 사건으로 불리는 알스톰 임원과 미국 정부와의 법률분쟁을 다룬 책 미국함정이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관찰자망


    관찰자망에 따르면 피에루치는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뇌물사건으로 미국의 확대관할권 적용을 받아 미국 ‘반 해외부패법’ 위반 혐의로 2013년 4월 미국 공항에서 체포됐다.

    재판 결과 미국 법원은 피에루치에게 뇌물죄를 인정하는 한편, 알스톰사에는 7억7200만 달러(약 9176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이 사건 이후 알스톰사의 에너지사업 부문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매각됐고, 프랑스는 중요한 공업자산을 잃게 됐다. 피에루치는 지난해 9월 출감한 뒤 이 책을 썼다. 올해초 출간된 지 석달도 안된 지난달 중문판으로 출간됐다.

    중국 과학기술 산업에 대한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온 ‘선전 닝난산’ 계정은 ‘미국함정을 잃고 화웨이 안건을 생각한다’란 글을 통해 "이 책을 읽고 나면 법률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한다는 말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평했다.

    피에루치는 최근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법률을 경제전쟁의 무기로 이용해 경쟁자를 약화한다. 때로는 경쟁기업을 저가에 인수하기 위해 법률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알스톰 전력부문 인수로 미국은 이미 프랑스 원전의 주도권을 확보했고, 이들 원전은 프랑스 전력의 75%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또 "모든 나라가 단합해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면서 "어제는 알스톰이고 오늘은 화웨이다. 내일은 누가 될 것인가. 지금이 바로 유럽과 중국이 반격할 때"라고 주장했다.

    가오위앤이 올린 책 사진을 두고 로이터통신의 베이징 주재 기자는 댓글을 통해 지난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화웨이 관련한 논평에 알스톰 사례를 인용한 사실을 전했다. 가오위앤은 흥미로운 동기화라고 응답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정치적 압박을 받아 일부 외국기업이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한 논평 요구에 "대다수 국가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교훈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미국 정부가 국가 역량을 동원해 타국 기업을 탄압하는 행위 등에 대해 늘 고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블룸버그 기사나 가오위앤이 사진을 올린 트위터는 중국에서 직접 보거나 접속할 수 없다.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야한다. 하지만 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공격하는 재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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