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세계경제 예상보다 훨씬 더 하강 깊어져…추경으로 방어해야"
野 "靑 원인진단 보면 한숨…소득주도성장 같은 실패한 정책부터 폐기하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0일 한국 경제 상황을 두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전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기 하강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처럼 한국 경제에 대한 걱정어린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대외 요인을 탓하며 야당에 빨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자고만 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 요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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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확대일로의 모습이다. 세계 무역량의 둔화와 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미중을 합친 무역의존도가 40% 후반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험난한 파고를 예상하게 한다"며 "이전까지 한국 경제의 구조적 환경과 차원을 달리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은 산불과 지진, 미세먼지 등의 재해 대책을 넘어서, 또 민생과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해 나가는 아주 소중한 마중물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시급하게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미·중 무역갈등이 심상치 않다. 어려운 대외여건이 더 악화되는 느낌"이라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홍콩을 포함할 경우,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 예상치를 3.7%에서 2.6%로 크게 낮췄고, 지난 주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 내년 전세계 GDP가 (추가 관세 영향이 없을 때와 비교해) 0.5% 줄어들 것으로 경고했다"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정당대표 모임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정부, 청와대 분들의 발언을 들어보니 세계 경제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하강이 깊어지는 것 같고,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이 악성으로 더 오래갈 것 같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 정부가 민생입법과 추경을 해서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빨리 가져야 된다"고 말했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7일이 흘렀는데도 (한국당이) 응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하고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도 했다.
여권 수뇌부의 이런 인식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날 브리핑에서 밝힌 것과 같은 기조다. 경기 하강의 주된 요인은 '대외 불안정성'이고, 해법은 '추경'이란 것이다. 윤 수석은 "미국과 중국, 유로존의 경기가 2018년을 기점으로 하방하는 세계 경제의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하방 요인이 커졌다"며 "전체적인 하방 국면에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결과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소득주도성장 같은 잘못된 정책 기조부터 바꾸라"고 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실패로 판명된 소득주도성장 정책부터 폐기하고,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기업이 활기차게 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악으로 향하는 경제를 두고 잘되고 있다고 우길 때보다는 청와대의 태도가 나아진 것이지만 사태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에 대한 대책과 청와대의 원인진단을 보면 한숨이 나오긴 매한가지"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경제수석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하방 장기화를 운운하며 추경 통과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 앞에 경제 실정과 위기를 외면한 책임을 지는 것이 지금 이 순간 할 일"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 경제에 위기 요인이라는 점에는 여야가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 경제 상황은 글로벌 경제 상황보다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같은 소득주도성장 추진에 따른 투자 위축 등 정책적 실패 요인이 더 크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실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한국의 성적이 가장 나쁘다. 최근 경기 악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유독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4%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19일 공개한 22개 회원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중 꼴찌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는 헝가리로 1.5%였고, 22개국 평균 성장률은 0.5%다.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과 노르웨이(-0.07%), 멕시코(-0.2%), 라트비아(-0.3%)등 네 나라였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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