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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文국회의장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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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등 통과 일등공신인데… 김해영 "아들 지역구 세습 안돼"

며느리·손주, 교육위해 공관 전입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의 지역구 세습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문 의장 지역구를 전략공천 대상지로 지정하는가 하면 최고위원이 나서서 "정치권력의 대물림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처리 당시 '일등 공신'이었던 문 의장이 민주당에 토사구팽당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20일 당 회의에서 "부모가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바로 다음 임기에 그 자녀가 같은 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의장 아들 석균(49)씨가 아버지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에서 출마 선언을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 경선 규칙이 '권리당원 50%, 일반 국민 50%'인 점을 들어 의정부갑의 경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역위원장(문 의장)은 평소 당원을 조직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문 의장 아들이) 경선하면 권리당원 부문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 없이 발언했다고 했지만, 이날 일부 지도부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에서 "아주 잘했다"며 동의했다고 한다. 최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의정부갑을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 대상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석균씨가 공천을 받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야권 인사는 "민주당이 문 의장을 용도 폐기한 것 아니냐"고 했다.

문 의장 측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문 의장은 정부 예산안 등 쟁점 법안 처리 당시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고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고 있다"는 야당 항의를 받았었다. 그러면서도 "내 아들은 정치 수업도 받았고 커리어(경력)도 갖췄다"며 "실력이 없으면 경선에서 떨어질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하지만 경선조차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지도부 의원은 "문 의장 아들이 공천을 받으면 수도권 판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경선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한편 문 의장 취임 직후 아들 석균씨 아내와 손자·손녀는 2018년 7월 서울시 한남동 공관으로 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 의장 손자는 2019년 1월 한남초교 학생회장이 됐고 지난해 말 서울 지역 중학교에 배정됐다고 한다. 석균씨는 출마를 위해 의정부갑 지역에 남았다. 자녀 교육을 위해 또 다른 '아빠 찬스'를 쓴 것이다. 문 의장 측은 "5월에 의장 임기 끝나면 애들도 전학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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