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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김 감독이 거짓 진술 강요…불러주는 대로 썼다" 최숙현 동료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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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 김도환 선수가 지난 6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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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는 관계기관 조사에서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적이 없다”며 “최 선수가 예전부터 사고를 쳤고, 거짓말을 잘했으며 훈련 참여 자세도 불량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이 거의 그대로 담긴 최 선수의 전·현직 동료 선수들의 진술서 여러 개를 함께 제출했다.

당시 최 선수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쓴 선수 중 한 명인 A씨는 지난 9일 본지와 통화에서 “그 진술서 내용은 거짓”이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과 장 선수가 보는 앞에서 강압적으로 작성된 진술서라는 것이다.

A 선수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쯤 김 감독이 그에게 전화해 “진술서를 하나 써줄 수 있느냐”고 했다. A 선수는 경주시청에서 뛴 적이 있으며, 김 감독에게 폭행당했던 피해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A 선수는 “그때만 해도 그 사람들을 적으로 두고 있진 않아서 거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A 선수는 김 감독을 경북 경산에 있는 경주시청 숙소 1층의 카페에서 만났다. 장 선수도 함께 자리했다. 김 감독은 A 선수에게 진술서 내용을 일일이 불러줬고, A 선수는 시키는 대로 적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워드프로세서로 쓰다가 김 감독 측이 “좀 더 효력이 있게 자필로 써주면 좋다”고 해서 자필로 바꾸기까지 했다.

김 감독이 그에게 불러준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 선수가 멱살을 잡거나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전지훈련 당시 감독님이 최 선수를 폭행한 장면을 목격한 적도 없다” “(경주시청 팀 내에선) 폭력이 일어날 수가 없다” “김 감독님께서는 평소 저를 비롯한 다른 선수를 폭행한 적이 없다” ….

대부분 최 선수가 진정서에 적은 피해 내용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본 적이 없다” “전해 들은 사실이 없다”고 하는 식이다.

A 선수는 “거짓말을 써야 해서 적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다”면서도 “바로 앞에서 쓰라고 하니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과 장 선수는 이날 변호인과 동행하진 않았지만, A 선수에게 “우리가 변호인도 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 감독과 장 선수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음에도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안영주 위원장(변호사)은 “(김 감독과 장 선수 등이) 같은 패턴으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였고, 위원들 입장에선 ‘충분히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오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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