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의외로 커지는 첫 흑인 국방에 대한 반발...바이든 직접 진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역한지 4년밖에 안돼 ‘최소 7년 경과’규정 못채워

친정 민주당도 “군에 대한 민간통제 위배” 반발

민주당 의원들 과거 발언 때문에 ‘정치적 쇼'일 가능성도

조선일보

로이드 오스틴 전 미 중부군사령관 /위키피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한 미 민주당 내 반발이 예상외로 크게 일고 있다. 사상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란 상징성은 이해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군에 대한 민간통제의 원칙을 저버린 것에 대한 거부감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군인의 경우 전역한지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로이드는 전역한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의회에서 이 조항의 적용 면제 승인을 받은 장관은 1950년 조지 마셜, 2017년 제임스 매티스 단 2명 밖에 없을 정도로 금과옥조로 여겨지고 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9일(현지시각)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의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까지 오스틴 지명자의 면제 조치에 반대 또는 의문을 제기한 8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이름과 발언을 소개했다. 인사청문회의 경우 상원만 통과하면 되지만, 이 특별 면제 절차는 상·하원 모두 통과해야 한다. 민주당이 상원에선 과반에 못미치고, 하원도 간신히 과반을 확보한 상황에서 반발이 더욱 커질 경우, 자칫 인준에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앞장서서 끌고가야할 잭 리드 민주당 상원 군사위 간사는 성명에서 “(오스틴이) 자신의 비전에 대해 (의회에서)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나는 은퇴한지 오래된 사람을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리드 상원의원은 지난 2017년 매티스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면서 “향후 (면제를 줘야하는 다른 장관) 후보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라크전에서 두 다리를 잃은 태미 덕 워스 상원의원도 MSNBC 인터뷰에서 “오스틴은 매우 뛰어난 후보”라면서도 “군부에 대한 강력한 민간 통제가 필요하다. 면제 투표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이 매티스 전 장관의 면제에 반대했던 것을 거론하며 “나는 우리가 이런 면제를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매티스 전 장관 인선과정에서 했던 반대가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다. 당시 매티스 전 장관도 전역한지 4년밖에 안돼 면제를 받아야 했다. 매티스 전 장관의 경우 상원에선 특별 면제 찬성이 81표, 반대가 17표로 쉽게 통과됐지만, 하원의 경우 찬성 268표, 반대 151표로 상대적으로 어렵게 통과됐다. 당시 하원에선 민주당 하원의원 36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물론 면제 조치에 반대한다고 해서, 인준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매티스 전 장관의 경우 ‘원칙’의 문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면제 조치에 반대했지만, 면제를 받은 뒤 상원 인준 표결에선 찬성 98표대 반대 1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를 볼때 오스틴에 대한 면제 조치에 반대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과거 자신의 발언 때문에 현재 ‘정치적 쇼'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인수위원회에서 로이드 오스틴(왼쪽) 전 중부사령관을 자신이 이끌 차기 행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해 발표하고 있다. 오스틴은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미국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민주당의 반발을 의식한 듯 “나와 오스틴 지명자는 군에 대한 민간통제의 중요성을 믿는다”며 “그가 적절한 시점에 이 임무의 적임자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역사가 요구하지 않았다면, 또 오스틴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예외를 요청하면서까지 지명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첫 흑인 국방장관의 탄생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그는 테러와 싸우기 위해 동맹, 파트너들의 주요 연대를 이끌었는데, 이 일을 하려면 실질적인 외교 능력이 필요했다”며 오스틴의 정치력과 업무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스틴 지명자도 “4년 전 퇴역했을 때 나는 내 제복을 걸어두고 장군 오스틴에서 (민간인) 오스틴으로 돌아갔다. 이는 중요한 차이”라며 “내각의 일원이 되는 것은 군인과 다른 관점과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