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국에 강력 항의”
13일 인천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결승전 직전 홍콩 국가가 나올 순서에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상징하는 노래 '글로리 투 홍콩’이 재생돼 선수들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트위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 열린 국제럭비대회 중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상징하는 노래가 울려 퍼진 것과 관련해 홍콩 정부가 주홍콩 한국영사관에 공식 항의했다.
14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CNN 등에 따르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에릭 찬 정무부총리가 한국 총영사를 만나 강하게 항의했으며, 해당 사건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진행된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 직전 국가 연주 시간에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아닌 ‘글로리 투 홍콩’이 재생됐다. ‘글로리 투 홍콩’은 ‘민주주의’와 ‘자유’, 홍콩 시위대의 대표 구호인 ‘광복 홍콩’, ‘시대 혁명’ 등의 가사가 포함돼 있다. 해당 구호는 현재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홍콩과 아시아럭비연맹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조직위는 국가가 잘못 재생된 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틀었다.
리 장관은 “아시아럭비연맹이 이번 대회 주최국과 홍콩의 결승전 경기에서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용군 행진곡’ 대신 ‘글로리 투 홍콩’이 연주되게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아시아럭비연맹은 이미 사과를 했지만, 국가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홍콩 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홍콩 경찰은 국가(國歌)법이나 다른 홍콩 법을 위반하려는 음모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홍콩럭비연맹에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고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리 투 홍콩’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고, 2019년 시위 기간 ‘검은 폭력’, ‘독립 세력’과 연계돼 있다”고 했다.
리 장관은 홍콩 밖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경찰이 어떻게 조사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 “홍콩 경찰은 어떤 조사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조사 기간 어떠한 증거가 채집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대한럭비협회는 15일(한국 시간) 조선닷컴에 “국가 연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며 “그 어떠한 의도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아시아럭비연맹 측 담당자 착오로 홍콩 국가 파일을 받지 못해 협회 측에서 임의로 준비한 파일을 재생하다 이번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아시아럭비연맹도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문을 공개해 “아시아럭비와 한국럭비연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홍콩럭비연맹, 홍콩 정부, 중국 정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사건은 올바른 국가 대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노래를 튼 현지 조직위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해당 시위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이번 일에 대해 “홍콩에 맞는 노래가 재생돼 기쁘다”, “‘글로리 투 홍콩’이야말로 진정한 홍콩의 국가다”, “홍콩의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기뻐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채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