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시카고에서 열린 장애인 권익 행사에서 퇴임 후 첫 공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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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첫 공개 연설에서 “미국이 이처럼 분열된 적은 없었다”며 “취임 100일도 안 된 사이에 숨 막힐 정도로 피해가 크다. (트럼프는) 총을 먼저 쏘고 나중에 조준한다”고 했다. 사실상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바이든은 15일 시카고에서 열린 장애인 권익 단체 행사에 참석,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를 옹호하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라. (트럼프 행정부가) 7000명의 숙련된 직원을 내보내며 사회보장청(SSA)에 도끼질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부 조직 축소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정면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바이든은 “(트럼프) 취임 100일도 안 된 사이에 이 행정부는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일으켰다. 이렇게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숨이 막힐 정도”라며 “사람들은 이제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보장 급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 경기 침체, 팬데믹 와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사회보장 급여가 사상 처음으로 중단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수많은 가정, 수백만 사람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빨리 움직이고 망가뜨려라’는 실리콘밸리의 좌우명을 정부 운영에 적용하고 있다며 “그들은 확실히 뭔가를 망가뜨리고 있다. 총부터 먼저 쏘고 나중에 조준하는 식”이라고 했다.

머스크가 “사회보장 데이터베이스에 360세 노인도 올라가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바이든은 “300살짜리 사람들도 사회보장 급여를 받고 있다니, 꼭 만나서 장수의 비결을 알아보고 싶다”고 농담 섞인 조롱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올해 83세다.

평소 바이든을 ‘슬리피(sleepy·졸린) 조’라는 조롱성 별칭으로 부르는 트럼프는 연설이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바이든이 발음이 엉켜 약간 말을 더듬는 영상을 별다른 논평이나 설명 없이 올렸다. 현직 때부터 논란이 된 바이든의 고령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가 올린 영상에서 바이든은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은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간주되는 ‘흑인 아이들(colored kids)’이라는 당시 시대적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가 바이든의 부적절한 말 실수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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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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