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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 이 사람] 옆나라 지지율도 흔들었다… 캄보디아 38년 다스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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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 센 前 총리가 통화 내용 유출… 태국 총리 9%까지 떨어져 위기

    조선일보

    /EPA 연합뉴스2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사퇴 촉구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태국 국기를 휘날리는 와중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 사진에 욕설을 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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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한 뒤 2023년 퇴임한 훈 센(73) 전 캄보디아 총리가 이웃 나라 태국의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패통탄 친나왓(39) 태국 총리가 자국군 간부를 험담하는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취임 10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는데, 이 통화 상대이면서 음성 파일 유출 당사자가 훈 센이기 때문이다. 퇴임 뒤에도 세 아들을 국정 수뇌부에 배치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훈 센이 동남아 전반에까지 힘을 뻗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훈 센은 지난달 27일 TV 연설에서 “주변국, 특히 캄보디아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 총리가 태국에 나타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구는 네 배 많고 영토는 2.8배 넓은 접경국 태국 지도자에게 사실상 물러나라고 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5일 패통탄이 훈 센과 통화하며 태국군 국경수비대 간부를 ‘멋져 보이고 싶어 하는 반대파’라며 험담한 음성 파일이 유출되면서 패통탄은 지지율이 9%까지 폭락하며 사면초가 상태에 몰렸다.

    이 파일을 지인들에게 공유해 퍼뜨리도록 한 장본인이 훈 센이다. 훈 센은 연설에서 “태국 총리가 어떻게 자기 나라에 추악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렸다”며 자신의 유출 행위를 정당화했다. 일각에선 패통탄이 훈 센에게 밉보인 ‘괘씸죄’로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통탄의 아버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을 때 훈 센은 2009년 탁신을 캄보디아 경제고문으로 임명하며 도피처를 제공해줬다. 그런데 지난 5월 태국·캄보디아의 국경지대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 캄보디아군 한 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갈등이 불거지자 탁신 가문에 대한 훈 센의 배신감이 통화 유출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훈 센은 스물일곱 살이던 1979년 캄보디아 극좌 통치 세력 크메르 루주 퇴진 운동에 참여해 정권 전복 뒤 외교 장관으로 선임되며 권력 중심에 진입했다. 1985년 총리가 된 뒤 야당을 탄압하고 선거를 불공정하게 치른다는 논란 속에 장기 집권했다. 총리 집권 시 그가 크메르어(캄보디아어)로 스스로에게 붙인 호칭은 ‘영광스럽게 승리한 군대의 왕자처럼 고귀하고 위대한 최고 사령관’이다. 그가 2023년 7월 퇴임하겠다고 밝혔을 때 ‘훈 센 시대’가 저물었다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차기 총리로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대장이었던 맏아들 훈 마네트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 훈 마니트는 군 사령관 겸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에, 막내아들 훈 마니는 부총리에 앉혔다.

    훈 센은 총리 퇴임 뒤 상원 만장일치 투표로 상원 의장에 올랐다. 상원 의장은 국왕에 이은 국가 의전 서열 2위다. 훈 센은 정상 외교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베트남에서 열린 베트남전 종전 및 통일 50주년 기념행사에 캄보디아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5월에는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를 잇따라 방문해 정상들과 만났다. 훈 센은 동티모르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열한 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올해 10월 아세안 정상 회의에서 동티모르 가입이 성사될 경우 동남아 정치 무대에서 훈 센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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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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