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이 본 ‘李대통령 취임 한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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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이해 3일 기자회견을 연다. 정치 원로와 안보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는 등 정치를 복원하고, 능력 중심으로 인사를 하려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대선 기간 제기된 외교 노선에 대한 의구심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이재명 방탄법’이라고 불리는 법률안 개정에 제동을 건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전 정권에 대한 보복성 수사, 관세 협상 등 한미 간 시급한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선 우려도 나타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 달리 취임 직후 야당 의원들을 만나고 기자회견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치를 활성화하고 상생 협치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치인 출신을 내각에 많이 기용한 것도 ‘당정이 합심해 일이 되게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법무장관 후보자인 정성호 의원은 국민과 호흡하려는 법조인 출신이라 잘한 인사다.
다만 인사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국회 의석수를 앞세워 무조건 밀어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여러 의혹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 후보자의 자격에 대한 여러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덕수 전 총리가 내란 특검 수사관에게 붙들려 출석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현 정부가 전 정권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는 모양새로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핵심 인사들은 감옥에 가게 되겠지만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모욕을 주고 끌어내리는 모습은 상생 통합의 정치와 거리가 멀다.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
지난 한 달간 이재명 대통령의 유연한 사고와 태도가 돋보였다. 최근 광주에서의 현장 간담회처럼 복잡하게 얽힌 현안들에 대해서 신속하게 해결하거나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취임 직후 야당 지도부를 만나서 밥 먹은 것은 전임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선 못 보던 모습이다.
사람을 기용할 때 정파적 이념보다는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재명 방탄법’으로 불리던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를 본인이 나서서 제동 건 것을 높이 평가한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취임사 그대로 실천해달라.
다만 이번 정부 추가경정예산에 편성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퍼주기 정책’은 걱정된다. 국정 운영의 기본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잘 유지하면서 국민 복지를 챙기는 것이다. 한국은 유례없는 초저출산을 경험하고 있고, 노령화 속도도 빠르다. 그만큼 세수 전망이 매우 어둡고 복지 예산만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돼 있다. 주요 산업들 경쟁력도 떨어지는 추세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돈 더 풀어도 된다는 것은 진짜 위험한 주장이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캐나다 G7(7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외교적 출발이 좋았다. 정상 외교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나온 우려들이 일부분 해소됐다.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친중·친북 성향으로 편향됐다는 주장이 대선 기간 나왔지만 지금까진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G7에서 트럼프와 만남이 불발된 것은 아쉽다. 관세 협상 등 한미 간 시급한 현안이 있는데 양국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조선·방산·첨단 기술 협력 등을 카드로 삼아 관세 협상을 풀어나가며 한미 동맹의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중국에서 방중을 요청했다는데 방미가 우선이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했다. 상징성이 큰 행보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미국 측의 국방전략(NDS)이 아직 수립·발표 이전인 만큼 우리가 먼저 얘기하고 나서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 다만 미 측에서 한국이 안보를 미국에 완전히 의존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전략적인 태도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대북 전단 살포 단속은 잘했다. 북·러 밀착에서 보듯 북한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선 대북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반대로 조기에 성과를 거두려고 너무 서두르는 것도 북한의 협상력을 키워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전략을 되풀이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과 조율이 급선무다. 북한과 언제,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지 조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도약 혹은 침몰의 분기점에 있는 것 같다. 관세 협상 등 경제 문제와 과학기술, 외교·안보, 북한 문제까지 함께 묶어 패키지로 전략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외교·안보 라인에서 ‘자주파’와 ‘동맹파’가 서로 견제하게 하는 게 가능한가. 오히려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일본과의 협력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ICBM 제거, 핵 동결로 괜찮다’고 생각하면 우리 입장은 곤란해진다. 같은 입장인 일본과 함께 비핵화 필요성을 주지시켜야 한다. 중국, 러시아도 중요하다.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과 양립 가능한 대중·대러 전략이 나와야 한다. 어려운 문제지만, 좁은 틈을 보는 세밀한 정책이 있다면 가능하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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