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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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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힘은 배터리 방전된 당… 의원들, 등돌린 민심보다 당내 왕따를 더 두려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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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인터뷰

    조선일보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당 혁신과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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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7일 ‘안철수 혁신위’가 시작도 전에 좌초하자 “당원과 지지자들이 또 한번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니들이 아직 배가 덜 고팠구나’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원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힘은 쇄신의 동력을 상실해 ‘방전된 배터리’처럼 되어버렸다”며 “지난 2017년 ‘5·9 탄핵 대선’ 참패 후 4년간 이어졌던 침체 경로를 또다시 반복할 위기”라고 했다. 윤 원장은 “당의 유일한 남은 동력은 당원으로, 권력 구조를 당원 중심의 상향식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해야 내년 지방선거 선전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당명 빼고 다 바꾼다는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정인성


    -지지율로 볼 때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 상황인가.

    “지금 당 분위기가 2017년 대선 패배 후와 유사하다. 당시 홍준표 대선 후보가 두 달 뒤인 7·3 전당대회에 그대로 나와 당선됐는데, 그 사이 당 지지율이 더 빠져서 한국갤럽 기준 7%까지 떨어졌다. 당의 무기력을 타개하려 전당대회를 연 것인데 오히려 더 깊은 침체에 빠져버렸다. 결국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만 당선되는 참패를 하더니 2020년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는데도 보수가 자생적인 혁신 노력을 보이지 않으니 이듬해 총선에서 대패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금 이 경로를 반복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올 하반기에 반드시 당이 달라져야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왜 중요한가.

    “우리 당이 영원히 야당 할 것 아니잖은가. 그러면 하루빨리 ‘승리의 경험’을 다시 맛봐야 한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리가 이듬해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듯이, 극도의 무력감에 빠져 있는 당이 ‘해냈다’는 성취의 감각을 느껴야 다음 총선과 대선 준비가 가능하다. 대구·경북(TK) 밖에서도 반드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둬야 정치적 반등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요즘 밖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국민의힘 그렇게 할 거면 문 닫아라’ 소리다. 들을 때마다 뼈아픈 소리인데,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 당의 혁신 눈높이가 문을 완전히 닫았다가 다시 여는 수준으로 당의 의사 결정 구조와 체질, 관습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이 이름 빼고 다 바꾸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다시 얻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지금 당은 방전된 배터리와 같다. 다시 동력을 얻을 에너지원은 ‘당원’이 유일하다. 이들은 기득권이 없고, 당과 나라에 대한 순수한 애정만으로 버텨왔다. ‘국민 눈높이’가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당은 서울 여의도 중심의 하향식 의사 결정 구조로 운영됐다. 의원과 중앙당 중심의 소위 ‘엘리트 정치’로 굴러왔는데, 선거 패배가 거듭되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월급쟁이 마인드’가 팽배하다. 이 구조 자체를 다 바꿔야 한다.”

    -당원 중심 구조란 무엇인지.

    “당원은 지금까지 중앙당 행사의 ‘동원 대상’이었는데, 앞으로는 ‘의사 결정의 주체’로 격상시켜야 한다. 당의 주요 의사 결정 권한이 중앙에서 시도당으로, 시도당에서 지역별 당원협의회 등으로 분산될 필요가 있다. 당 지도부가 잘못하더라도 당 전체가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권한 분산이 답이다. 이를 위해 두 단계의 혁신 로드맵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내년 2월 설 연휴 전까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 시스템을 상향식 구조로 바꾸고, 설 이후엔 바뀐 당 시스템 속에서 지도부를 새로 뽑고 당의 에너지가 지역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오도록 리빌딩을 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이 정말 달라졌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 전당대회를 여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는 당의 근본적인 권력 구조를 개편해 당원 중심의 정치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다.”

    -‘안철수 혁신위’ 좌초를 보면 그게 가능하겠나.

    “당이 지금 뭐라도 시도해서 다시 일어나야 할 절박한 시기인데, 혁신위가 제대로 출범하기도 전에 서로 권한 다툼을 벌이다 좌초됐다. 혁신을 이뤄낼 주체가 당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보여준 일이다. 당의 진짜 주인도 아닌 사람들이 각자 주판알 튀기기 바쁘다.”

    -국민의힘이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 지도부가 민심에 무디다. 최근 상법 개정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꾸는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상법 개정안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독소 조항도 있어서 ‘이 문제는 이러해서 우리 당이 반대하는 것이고 대안(자본시장법)을 준비했다’고 국민들께 절박한 태도로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국민의힘은 부자와 대기업만 대변한다’고 오해가 쌓였고, 급작스레 입장을 선회했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다. 의원들에게 민심에 둔한 것은 별 치명타가 없고, 당내 왕따가 되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여권에서는 국민의힘을 해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0번의 묻지 마 탄핵에 예산 난도질 등 한국 정치를 시궁창에 처넣었던 민주당이 할 자격이 없는 주장이다. 민주당도 대국민 사죄를 해야 할 죄인인데, 마치 점령군처럼 상대 당을 치죄하려 든다. 12·3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당시 당대표도 몰랐던 일로, 당도 엄연히 피해자다. 그러나 계엄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복기하고 책임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 2022년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3년간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당을 지배했고, 결국 계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노여움이 풀릴 때까지 몇 번이고 거듭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당의 구조적 원인을 살펴 바꿔야 한다. 권력 윗선만 쳐다보고 당원과 국민을 발아래 존재로 여겨 무시했던 정치를 이제 완전히 지워내야 한다.”

    ☞윤희숙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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