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美日 정상회담
트럼프의 일본 방문은 한국에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29일)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30일)보다 앞선 것으로, 아시아 순방의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한층 밀착된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日천황 가리키며 “위대한 분” 27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쿄 황궁에서 나루히토(오른쪽) 천황과 30분간 면담을 마친 뒤 배웅을 받던 중 그를 가리키며 “위대한 분”이라고 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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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저녁 6시 30분쯤 도쿄의 황궁에서 나루히토(연호 레이와) 천황을 30분간 예방했다. 트럼프의 황궁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로, 1기 집권 때인 2017년 헤이세이 천황, 2019년 레이와 천황을 만났다. 6년 만에 트럼프를 다시 만난 레이와 천황은 트럼프를 현관에서 맞으며 “또 만나게 돼 기쁘다”고 영어로 말했다. 면담이 끝난 뒤에도 천황이 웃으며 배웅했고, 트럼프는 카메라를 향해 “감사하다. 위대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일본 궁내청에 따르면, 트럼프는 면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 아래에서 미·일 관계를 더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나루히토 천황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 등 일본인 선수가 화제에 오르자 “미국 사회가 따뜻하게 받아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다음 날인 28일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만나, 미·일 동맹의 방위비 분담 조정, 조선 협력, 희토류 공급망 동맹, 대미 투자 계획 등을 주요 의제로 회담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부응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조기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판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협력을 추진하고, 희토류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는 양해각서에 각각 서명할 계획이다.
미·일 정상회담은 도쿄의 영빈관 ‘아카사카리큐’에서 열린다. 1909년 황태자의 궁전으로 지은 영빈관은 일본이 최고로 예우하는 국빈 대접 때 쓰는 장소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때인 2017년과 2019년 이곳에서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만났다. 이번 다카이치와의 오찬 메뉴 역시, 트럼프·아베 회담 당시 메뉴였던 스테이크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진정한 친구”라며 아베와 나눈 추억을 되살려, 처음 만나는 다카이치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를 당시 기자들에게 “그(아베)는 그녀(다카이치)가 마음에 들었고, 그녀도 그를 따랐다. 이는 좋은 징조”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또 영빈관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 전성기를 이끈 포드의 픽업트럭 ‘F-150’을 전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 일본에 불만을 터뜨리는 트럼프에게 다카이치는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공장에서 제조한 자동차를 일본으로 역(逆)수입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하이라이트는 헬기 동반 탑승이다. 28일 오후 두 정상은 도쿄의 미군 헬기 정류장에서 미국 대통령의 전용 헬기 ‘마린 원’에 올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로 이동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미 대통령의 전용 헬기에 외국 정상이 탑승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강고한 일·미 동맹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요코스카 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 올라 장병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조지워싱턴함은 현재 미국의 유일한 전방 배치 항공모함으로, 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의 전략적 존재를 상징한다. 트럼프는 1기였던 2019년 방일 당시에도 요코스카 기지를 찾았지만, 당시에는 상륙 강습함 와스프함을 시찰했다.
이번 방문은 한 단계 격상된 수준으로, 미·일 안보 협력이 단순 방위 차원을 넘어 작전 수행 능력 강화를 추구한다는 해석이다. 미·일 언론은 “중국을 겨냥한 해상 억제력 과시”로 풀이했다. AP는 “일본이 국방 전략과 군사 역량을 신속히 재정비하고 있다”며 “미·일 동맹의 실제 대응·공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저녁에는 일본 주요 재계 인사들과 리셉션 및 만찬을 갖는다. 트럼프는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일본 기업들을 격려하고, 일본 정부는 미국산 에너지·군수품 수입, 미·일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확대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번 방일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안보 동맹’ 구상에서 일본이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는 일본 일정이 마무리되면 29일 부산을 찾는다. 트럼프는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동아시아 주요 동맹국들과 협력 구도를 재정비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의 영향력 복원에 나서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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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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