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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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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의 트럼프’ 돌풍 제동… ‘최연소 게이 총리’ 나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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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서 중도 좌파가 이례적 약진

    38세 대표 예턴, 총리 선출 유력

    작년 아르헨 하키 선수와 약혼

    지난달 29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 정당 ‘민주66(D66)’이 약진하면서 네덜란드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 동성애자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주인공은 D66의 로프 예턴(38) 대표다.

    개표율 98.9% 기준으로 D66은 26석을 확보했다.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62) 대표의 강경 우파 성향 자유당(PVV)도 같은 의석을 얻었지만, 개표 추이에 따라 D66이 1석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고, 주요 정당이 모두 PVV와의 연정을 거부한 상황이라 D66이 정부 구성 주도권을 잡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 각국에서 반(反)이민·동성애 정서에 편승한 우익 정당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네덜란드에서 동성애자 대표가 이끄는 중도 좌파 정당이 약진한 현상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예턴의 ‘애국 진보’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네덜란드 국기를 배경으로 등장해 ‘애국 마케팅’을 벌이면서 기존 우익 지지층을 흡수했다. 환경·교육 등 고소득층 도시 거주자가 주로 관심을 보였던 기존의 진보적 의제에 이민·주택 등 ‘민생’ 공약까지 더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네덜란드 먼저’라는 구호를 내세워 반이민 정책을 펼친 빌더르스와 차별화한 점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빌더르스는 이슬람을 가리켜 “전체주의 이념”이라고 한 적이 있고, ‘넥시트(Nexit·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요구할 만큼 EU에도 회의적이다. 밝은 금발을 ‘올백’으로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을 고수해 ‘네덜란드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국 더타임스는 예턴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연상시키는 ‘그것은 가능하다(Het kan wel)’ 구호를 전면에 내걸어 유권자를 설득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2023년 선거에서 9석을 얻었던 D66은 이번에 의석을 17석 늘려 1966년 창당 이래 최대 승리를 기록했다. 반면 PVV는 지난 총선 때보다 11석이 줄어들었다. 예턴은 “역사적인 승리”라며 “긍정과 낙관의 메시지가 유권자를 설득해 빌더르스를 이겼다”고 했다.

    1987년 네덜란드 남부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예턴은 청소년 시절 육상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축구와 육상 등 운동을 좋아했지만 롤모델로 삼을 만한 정상급 동성애자 선수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훗날 회고했다. 대학에서 공공행정학을 공부한 뒤 2017년 하원 의원에 선출돼 30세에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D66의 최연소 원내대표, 기후·에너지 장관, 부총리 등을 거쳤다. 아르헨티나 하키 국가대표 선수인 니콜라스 키넌(28)과 지난해 약혼했고, 내년 여름 스페인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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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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