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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트럼프의 우크라 전쟁 종식 외교에서 핵심이 된 ‘드론 가이’ 美 육군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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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스 부통령의 예일대 로스쿨 룸메이트

    취임 이후 줄곧 ”모든 보병은 드론 휴대하고 전투해야" 드론 활용성 강조

    백악관 안팎서 헤그세스 美국방보다 더 트럼프의 신임 받는다는 얘기도

    떠오르는 스타…수 주째, 차기 국방장관 소문 무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평화안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제시하고 신속하게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보낸 이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나, 뉴욕의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으로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아니었다.

    바로 댄 드리스콜 육군 장관이었다. 1985년생으로 올해 나이 39세다. 미 역사상 최연소 육군 장관이지만, 트럼프는 그를 임명하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변화를 주도할 강력한 경험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드리스콜은 취임 이후 드론의 전투적 가치를 줄곧 강조해왔다.

    이번 달에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규칙이나 제한적인 상황에 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효율적인 드론을 즉석에서 대량 생산해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 방위 산업이 닮아야 할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2~3년 내 100만 대의 드론을 구매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트럼프는 그를 통상 ‘드론 가이(drone guy)’라고 부른다.

    미 육군 장관(U.S. Secretary of the Army)은 육군을 담당하는 민간인 최고 책임자로, 100만 명에 달하는 현역과 주방위군, 예비군 병력과 관련된 예산ㆍ인사ㆍ장비ㆍ훈련ㆍ조직 등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총괄해 국방장관에게 보고한다. 군사 전략이나 작전 지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조선일보

    23일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이 제네바 소재 미 대사관에서 우크라이나 협상단과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안에 대해 얘기한 뒤 나와서 미국 측 직원들과 얘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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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리스콜은 28개 항목으로 구성된 미 평화 계획 초안을 키이우에서 직접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현재는 UAE의 아부다비에서 러시아 대표단과 단독으로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측의 빠른 속도전에,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는 당황했고 미국이 제시한 초안에서 우크라이나군 감군(減軍)ㆍ나토현장의 우크라이나 불허(不許) 명문화 조항 등을 삭제하고 러시아 재침입 시 미군의 참전을 포함한 안전보장 등이 구체화된 19개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까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물론 국제 외교 무대에서 활동한 경력이 거의 없다.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급부상한 근본 원인은 J D 밴스 부통령과 예일대 로스쿨 룸메이트라는 강력한 인맥이었다. 드리스콜은 군인 집안 출신으로,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육군에서 암호 해독을 담당했고,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 보병으로 참전했다.

    본인은 노스캐롤라이나대 졸업 후 2007년 육군 장교가 됐고, 2009년 이라크 전쟁에서도 9개월 복무했다. 전역 후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했고, 재향군인 학생 모임에서 밴스를 만났다.

    밴스는 처음에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드리스콜의 학업을 격려했고, 곧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멘토가 됐다. 두 사람 모두 졸업 후에 투자금융업계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밴스가 트럼프의 룸메이트가 된 뒤, 밴스는 드리스콜에게 대선 캠페인 합류를 요청했다.

    미 언론은 드리스콜이 육군 장관이 된 뒤 보여준 ‘드론 활용’에 대한 통찰력과, 미 의회와의 협력적인 관계, 친화력과 높은 효율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국방부 내 평가 등으로 인해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대체할 후임이라는 소문이 몇 주째 돌고 있다고 전했다.

    미 씽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의 연구원인 레슬리 셰드는 CNN에 “드리스콜은 정말 행정부의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다”며 “트럼프는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올스타’를 찾아 즉시 투입한다. 이미 장기간 진행 중인 협상을 한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맡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올스타’에 ‘드론 가이’가 발탁된 것이다. 반면에 헤그세스는 이 ‘올스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육군 장관에 불과한 드리스콜이 4년째 전쟁이 전개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역할을 맡은 것은 헤그세스와도 대조를 이루지 않을 수 없다. 드리스콜이 전쟁 종식이라는 민감한 외교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헤그세스는 “불법적인 명령에는 불복종하라”고 한 미 상원의원 마크 켈리에 대한 조사와 소셜미디어 비판 콘텐츠 게시에 매달렸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폴리티코에 헤그세스는 기존 수뇌부 대량 해임, 병사들의 복장과 체력 관리, 불충성 직원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적용 경고 등과 관련한 “여러 논란적 사건으로 군의 핵심 지휘관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신뢰를 쌓지 못했지만, 드리스콜에 대해선 군 지휘부가 더 많이 신뢰한다”고 말했다.

    드리스콜은 우크라이나로 출발하기 며칠 전, 가까운 미래의 전쟁에 대해 한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 두뇌는 인공지능(AI)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모든 병사는 AI에 의존하고 모든 보병은 전투에 드론을 휴대하게 될 것이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이며, 우리는 병사들의 피와 몸이 아니라 실리콘과 소프트웨어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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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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