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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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 무대에서 마운트(우위)를 취할 수 있는 옷을 고르느라 몇 시간을 보냈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가운데, 일본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다카이치 총리의 패션 감각에 대해 혹평을 내놨다.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돈 코니시(본명 코니시 요시유키)는 지난 28일 아사히신문 계열 일본 주간지 AERA디지털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패션은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며 “다카이치 총리의 스타일에서는 ‘얕보이지 않겠다’는 과한 의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했다.
코니시는 다카이치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자주 착용하는 원피스·재킷·화려한 액세서리 조합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심지어 총리의 웃는 표정 등을 가리켜 “패턴화된 ‘갑옷 같은 코디’”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자주 입는 고급 소재 재킷은 ‘몇백만원짜리니까 잘 보라’는 뜻을 내포하는 것으로 보이며, 화려한 목걸이는 과도하게 눈에 띄며, 유연한 인상을 주기 위해 짓는 활짝 웃는 함박웃음은 오히려 긴장감이 드러나 필사적인 속내가 들통난다고 지적했다.
코니시는 “외교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의 패션을 보면 고급 정장을 갖춰 입은 경우도 있고, 여유로움을 연출하기 위해 넥타이를 하지 않고 오는 경우도 있다”며 “그 나라의 문화나 본인의 개성이 비춰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싼 옷을 걸친다고 해서 상대국 정상에게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패션에 그 사람의 유연함과 독창성이 드러날 때 진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왼쪽)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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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시는 다카이치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경험치와 감각의 차이가 명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고이케 도지사에 대해 “여성스러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반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서는 “원피스만 입으면 여성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단순히 다리를 드러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무릎 아래 5㎝라는 애매한 길이만 고집할 게 아니라 롱·미디 등 다양한 길이와 실루엣을 소화할 여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마운트를 취하고 싶다면 패션보다 인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독창성·여유가 묻어나는 스타일이 갖춰질 때 비로소 세계 정상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필요하다면 ‘성공의 비결은 독창성’이라고 붓글씨로 써 총리 집무실에 걸어두라”고 조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하던 중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옷 고민’ 글을 올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싸구려로 보이지 않는 옷’ ‘얕보지 못할 옷’을 선택하는 데 몇 시간을 보냈다”며 “외교 교섭에서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옷을 무리해서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마운트를 취한다’는 영어 ‘마운팅(동물이 다른 동물 등 위에 올라타는 행동)’에서 유래한 말로, 일본에서는 상대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를 일컫는 속어로 쓰인다.
이에 일본 야권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마운트’ 표현을 두고 “경솔하고 몰지각하다” “생각은 자유지만 공공연하게 밝혀서는 안 된다” 등의 비난이 나왔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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