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아프가니스탄의 바스티온 기지에서 복무한 영국 해리 왕자./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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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이 후방에 머물렀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 전쟁에서 자국군 수백 명을 잃은 영국이 분노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의 발언은 솔직히 모욕적”이라고 했고, 영국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는 “전사자들의 희생을 존중하라”며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논란이 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나토군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필요했던 적이 없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한 적도 없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보냈다고 말하겠지만 실제로는 전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20년간 긴 전쟁을 벌였다. 당시 나토의 집단 방위 조항 5조가 발동되면서 동맹국들이 참전했다. 전쟁 사상자 추적 웹사이트 아이캐주얼티스(iCasualties)에 따르면 이 전쟁에서 미군은 2465명, 영국군 457명, 캐나다군 158명이 사망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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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다음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영국의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영국 BBC에 따르면 군 복무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두 차례 파병됐던 해리 왕자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2001년 나토는 역사상 유일하게 집단방위 조항 5조를 발동했다. 이는 동맹국이 미국과 함께 공동 안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걸 의미했고, 동맹국은 그 부름에 응했다”며 “영국군에서만 456명이 전사했다. 이런 희생에 대해선 존중하는 마음으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해리 왕자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약 10주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헬기 조종사로 복무했으며 2012년에도 4개월간 파병된 바 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모욕적이고 솔직히 말해서 끔찍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영국군 장병 어머니의 트럼프 대통령 사과 요구에 대해 “만약 제가 그렇게 말했거나 그런 표현을 썼다면 저는 분명히 그녀에게 직접 사과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안보와 국방 분야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고, 자유와 우리가 믿는 가치를 위해 함께 싸우다가 목숨을 잃거나 끔찍한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을 포함한 나토군의 역할을 축소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그들의 헌신과 희생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복무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다섯 차례 파병됐던 알 칸스 국방차관은 “트럼프 발언을 믿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내 동료들, 가족들, 양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의 유가족들과 함께 위스키를 한 잔 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은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수백 명의 동맹군 병력이 전사했다”며 “나는 그들의 넋을 매일 기린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맞다. 미국의 나토분담금은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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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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