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헌법적 중요성’ 등 제한 필요 의견
與 의원들, 법사위서 불수용
본회의서 그대로 처리 방침
헌법재판소 전경./전기병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4심제’ 논란이 있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을 세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대상 사건을 제한하는 문구를 법안에 넣자는 의견을 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헌재가 재판소원법을 찬성하면서도 ‘과도한 심판 청구’에 대한 예방책을 제시한 것인데, 여당이 이마저 거절한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1일 법사위 제1소위에서 재판소원법에 ‘헌재 판단이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거나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경우에만 재판소원이 대상이 된다는 점을 법 조항에 명시하자는 취지였다.
헌재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런 문구를 넣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헌재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고,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신속한 각하가 가능하도록 하여 과도한 심판 청구에 대처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재판소원이 제4심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사위 회의록에 따르면,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소위에서 헌재가 넣으려는 문구에 대해 “이것이 각하를 좀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을 해도 되나?”라고 헌재 측에 물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게 지나치게 국민들께 수혜적인 문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좀 든다”며 “기본권 보장에 문제가 있다면 헌재에서 기본적으로 좀 판단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대체로 이에 동의하며 이 문구는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법사위 제1소위는 위원 11인 중 6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위원장도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다.
소위에 이어 같은 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채 재판소원법이 통과됐고, 지난 22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법사위 통과 법안 그대로 본회의 처리 방침이 확정됐다.
헌재 측은 이에 대해 “재판소원 대상을 제한하는 명시적인 문구는 빠졌어도, 법률이 시행되면 실제 심판에서 해석론 등으로 각하 기준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로 신청되는 모든 재판소원 사건을 본안까지 들여다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사위 통과 법안에도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등 각하 기준은 있지만,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헌재조차 필요하다는 문구를 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재판소원이 시행됐을 때 정말 중요한 사건만 골라 판단하게 하는 장치가 빠진 것”이라며 “결국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등 정치적 사건들을 뒤집는 데에 헌재가 이용될 수 있는 우려가 커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재판소원법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가 넣으려고 한 ‘중요한 헌법적 의미’ 등 문구도 추상적이라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면서도 “그런 제한 문구조차 없는 상황에서 헌재로 물밀듯이 몰려올 재판소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권순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