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김어준 "n번방 공작" 발언에 여성의당 "망상 그 이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방송인 김어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두고 ‘정치적 공작’이라고 폄훼한 것은 개인의 망상 단계에서 나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강력히 규탄한다.”

여성의당이 방송인 김어준씨 발언을 정면 비판하는 성명을 7일 올렸다. 전날 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공작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음모론을 제기한 것에 대한 강한 규탄이다. 여성의당은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등이 ‘여성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지난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창당했다.

조선일보

/여성의당 블로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의당은 성명서에서 “n번방 사건이 정치공작이라는 (김어준씨의) 이번 망언은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희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고 대중을 현혹하는 정치공작”이라며 “김어준의 이러한 행태는 실제로 존재하는 성범죄의 피해 여성들의 고통에 공감하기보다는 이를 정치적인 논리 그 이상으로는 해석하지 못하는 그의 성인지적 둔감함과 무능함, 그리도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n번방에 분노한 200만명 뿐 아니라 생존권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짓밟는 헛소리”라며 “즉시 공공 방송에서 본인의 망발로 상처 입었을 피해자들에게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다.

앞서 방송에서 김씨는 미래통합당이 당 내(內)에 n번방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에서 완전 퇴출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냄새가 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n번방 연루자가 있을 예정이니 정계에서 완전히 퇴출시켜라라는 메시지를 예언처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진중권 페이스북


발언이 알려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 사건을 지칭하는 뉘앙스로 ‘n번방 사건도 음모론의 소재로 삼는 나라인데 뭘 기대하겠느냐’고 썼다. 페미니스트 평론가 손희정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이 n번방 관련해 ‘공작’ 운운했다”며 과거 김씨가 여성들의 혜화역 시위를 비판했던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8년 혜화역 시위가 남성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했었다.

◇미투 운동 때도 “공작” 제기

김어준 씨는 유독 여성 이슈에 대해 ‘공작’ 발언을 많이 해 왔다. 지난 2018년 초 미투(Me Too)운동이 벌어진 당시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특정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김씨는 “(미투 운동의) 타킷은 누구냐? 결국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일 것”이라고 했다.

진보 세력으로 분류되는 배우 김여진씨는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를 비판하며 “공작 같은 소리, 음해 같은 소리 마시고 지금이라도 #Me too #with you 하세요. 눈을 들어 전 세계의 변화를 똑똑히 지켜보시길”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당시 여러 차례에 걸쳐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과 문재인 정부가 무슨 관련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해 3월에는 여성 성추행 의혹을 받던 정봉주 전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당시 목격자의 증언이 나온 상황에서 김씨는 의혹을 반박할 사진을 보도하며 정씨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줬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여성계에서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셜 미디어에는 ‘또 공작 운운한다’ ‘개버릇 남 못준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해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