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생전 다이어리 공개
"내 원수는 두 명 이상.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최숙현 사건 관련 핵심 가해 혐의자들은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팀 닥터 행세를 한 안주현씨는 우울증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장윤정 경주시청 전 주장은 폐문부재(집 문이 닫혀 있어 우편물을 전달하지 못한 경우)로 출석요구서가 반송되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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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위는 22일 오후 5시까지 국회 청문회장으로 동행할 것을 명령하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상태다. 동행명령장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해당 증인과 참고인을 동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에는 국회 증언감정법 제13조에 의거해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고발조치를 요구했기에 이는 양당 간사와 협의해 추후 조치방안을 결정하록 하겠다”고 했다.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최숙현은 목숨을 끊기 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보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김규봉 감독에게 폭행당했다. 담배를 피우다 걸려, 야구 방망이로 100대를 맞기도 했다.”
최숙현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김도환 선수는 자신도 김규봉 감독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도환 선수는 최숙현 선수가 활동했던 경주시청팀의 남자 선배다. 지난 6일 국회 문체위 전체 회의에서 폭행 혐의를 부인했던 김도환 선수는 “(6일에는) 오랫동안 함께 지낸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의 잘못을 들추기가 싫었고, 내 잘못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며 “정말 죄송하다. 지금 이 말은 진심이다. 다른 말은 유족을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 육상 훈련 중에 최숙현 선수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가격했다”고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뉴시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 김도환 선수만 앉아있고 나머지 좌석은 비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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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 주장인 장윤정 선수도 폭행을 주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주시청 정지은 선수는 “2016년 5~6월에 제가 보강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윤정 선수 지시로) 불려갔는데, 그때 옆에 있던 남자 선배(정현웅)에게 ‘좀 맞아야겠다’며 각목을 가져오라고 해서 각목으로 엉덩이를 맞은 적 있다”고 했다. 정현웅은 “그 당시 장윤정 선수가 저에게 시켜서 했다. 별 것도 아닌 이유 만으로도 선수를 폭행하라고 직접 지시를 해서 각목을 가져오라고 해서 때린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리지 않았다면 저 또한 그 자리에서 왕따를 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현웅은 “장윤정 선수가 최숙현 선수 멱살을 잡은 적이 많았다”고 했다. 또 김규봉 감독 등이 수차례 폭력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빵 강제로 먹인적도 있다. 쇠파이프로 폭행한 사실이 있다”며 “나도 폭행, 폭언을 당했다. 최숙현 선수가 말했던 ‘그 사람들’은 김규봉, 장윤정 선수를 뜻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윤정 선수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장 선수가 5일 경주시체육회에 낸 자필 진술서를 살펴보면, “두 얼굴의 안주현 처방사에게 속았다. 우리는 피해자다”라며 “2019년 뉴질랜드에서 안주현 선생이 (최숙현 선수를) 때리고도 김규봉 감독에게 ‘장 선수가 최숙현 선수를 괴롭혔다’라고 보고했다. 알고 보니 안주현 처방사는 최숙현 선수가 녹취한 느낌을 받은 뒤, 모든 정황을 ‘장윤정이 괴롭혀서 그랬다’고 꾸미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규봉 감독의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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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가 생전 작성한 다이어리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다이어리에 따르면 최 선수는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를 ‘원수’라고 표현했다. 최 선수의 질의응답(Q&A) 형식 다이어리에서 최 선수는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원수는 두 명 이상”이라며 “장윤정·김규봉·XXX·김정기(김도환 선수 개명 전 이름)·XXX”라고 적었다. 최 선수는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기억에서도”라고 썼다. 또 ‘내가 아는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 질문은 백번 물어도 똑같은 답”이라며 장 선수와 김 감독, 김정기·XXX 선수를 적었다. 또 다른 한 선수에 대해서는 “좀 바뀐 것 같기도”라고 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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