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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퇴임 앞둔 바이든, 우크라에 ‘금기’ 대인지뢰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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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이외 지역 사용’ 첫 승인

조선일보

러·우크라 전쟁 1000일 추모하는 1000개의 촛불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지난 19일로 1000일이 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선 그 1000일을 맞아 전몰자 추모식이 열렸다. 1000일의 전쟁, 그 과정에서 애석하게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1000개의 촛불이 어둠 속에서 깜박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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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공급도 전격 승인했다고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하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황을 바꿔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퇴임을 불과 60일 앞둔 상황이다. 미국의 전폭적 우크라이나 지원이 이어지자 러시아의 핵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주(駐)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이 러시아의 폭격 우려로 문을 닫는 등 양국 간의 긴장감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WP는 이날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는 대규모 사상자 발생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더 많은 마을과 도시가 함락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대인지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파상 공세에 영토를 잇따라 뺏기고 있는 것을 막으려는 차원이란 뜻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의균, 사진=EPA연합뉴스


러시아는 이미 전선 전역에서 대인지뢰를 사용해 왔다. WP는 “이번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직접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2022년 6월 인도주의적 이유를 들어 한반도 이외 지역의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퇴임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결정을 번복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한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만간 평화 협상 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투는 1200㎞의 전선 전역에서 연일 격렬해지고 있다. 협상 전 한 치라도 많은 땅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사거리 300㎞의 미국산 에이태킴스(ATACMS·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 등을 이용해 러시아 브랸스크주의 러시아군 무기고를 공격했다. 앞서 17일 미국이 자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는 이에 자국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새 ‘핵 교리’ 발표로 대응했다. 비핵보유국의 재래식 공격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았다면 두 나라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 보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로 자국의 중요 군사시설을 계속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와 미국 모두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지난 9월에 핵 교리 개정안을 공개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새 핵 교리 발표에 놀라지 않았다”며 “우리가 핵 대비 태세를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지난 2년간 보았던 무책임한 핵 수사의 연장선”이라며 “현재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도 “핵무기 사용에 대한 러시아의 공개적 수사는 과거 우크라이나 지원이 강화될 때마다 반복됐던 협박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연일 러시아의 ‘레드라인(한계선)’을 깨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면서 양국 간 충돌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미국 대사관은 20일 “대규모 공습 가능성으로 인해 당분간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 폐쇄는 키이우가 함락 위기에 처했던 전쟁 초기 약 석 달간을 빼면 처음이다. 국가 간 전쟁 상황에도 외교 공관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다. 그러나 미·러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미 대사관의 안전도 장담 못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이 안팎으로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북한의 참전 수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화상 연설에서 “현재 1만1000여 명 수준인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1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앞서 서방 전문가들이 예측한 최대 파병 규모와 일치하는 수치다.

그는 ‘북한군 10만명’의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할 수 있는 병력의 최대 규모를 10만명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도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1만~1만5000명 정도의 병력을 순환 배치하며 최대 10만명을 러시아에 파병할 수 있다”고 전했다. 10만명이 동시에 주둔하는 것이 아닌, 최종 파병 규모가 1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태킴스(ATACMS)

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Army Tactical Missile System)의 약자다. 기존 이동형 로켓 발사대로 쏠 수 있어 전술적 가치가 높다. 사거리는 300㎞ 이상에 달한다. 한 발당 가격이 100만달러(약 14억원) 정도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확히 몇 발을 지원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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