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6% 관세폭탄]
흑자 많을수록 높은 세율 매겨
트럼프 “GM, 한국에 거의 못팔아”… 실제론 작년 2만5000대 판매
“미국 쌀에 50%∼513% 관세” 주장… 13만t까지는 5% 관세율 적용
미국 정부가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근거로 제시한 한국의 대미(對美) 관세율을 도출해 낸 방법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도 “말도 안 되는 방법(nonsensical method)”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했다는 미국 측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일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게 되는 단순한 계산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미국 상품이 시장 경쟁에서 밀린 것까지 ‘불공정 무역장벽’ 탓으로 돌리면서 막무가내식 관세 폭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는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비관세 장벽 포함)가 50%라며 절반을 할인한 26%만큼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홈페이지에 상호관세 산정법을 밝히면서 “지속적인 무역적자가 관세 및 비관세 요인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이 적자를 보는 것을 상대국 제품의 경쟁력이 아닌 관세나 비관세 장벽 탓으로 가정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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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관세율을 분석한 결과, 각 나라에서 미국이 보는 상품 무역적자를 상품 수입액으로 나눈 값이었다. 미국이 적자를 많이 보는 나라일수록 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이 한국에서 본 상품수지 적자는 660억 달러였다. 이를 미국의 한국 상품 총수입액(1315억 달러)으로 나누면 50.2%(백분율 환산 기준)다. 미국이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모든 나라에 대해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해당국의 대미 관세율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USTR의 관세율 계산식은 정부 간 협상 과정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들도 이어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서만큼은 ‘우방’이 ‘적’보다 나쁠 때가 많다”며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미국에 연간 100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지만 (미국) GM은 일본이나 한국에 거의 한 대도 판매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약 2만5000대를, 테슬라는 약 3만 대를 팔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미국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이유가 무역장벽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관세가 없다. 반면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미국 자동차 소비가 적은 건 무역장벽 때문이 아니라 미국 브랜드 차량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가격이나 현지화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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