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70회 현충일 추념사
“제복 입은 시민들 여건 개선”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거룩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내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해마다 현충일을 기리는 이유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과 국가가 위험에 처했을 때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희생하시는 분들이 계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전장으로 나선 군 장병들과 젊은이들, 독재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분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 고귀한 헌신 덕분에 우리는 빛을 되찾을 수 있었고, 그 숭고한 희생 덕분에 전쟁의 상흔을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눈부신 성취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풍요와 번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보훈을 강조하면서 국민 통합의 메시지도 동시에 냈다. 보수 진영에서 강조해온 보훈·안보를 강조함으로써 ‘통합·실용 정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군 경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현실화하겠다”고 하고 군 장병, 소방관, 경찰관 등을 언급하며 “제복 입은 시민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복무 여건도 개선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참전 유공자 배우자에 대한 지원 강화와 사각지대 해소, 국가유공자 건강을 위한 빈틈없는 보훈 의료 체계 구축, 군 경력에 대한 보상 현실화 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독립운동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한 것을 두고는 과거사 등 역사적 문제에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문화 등에서는 일본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이 대통령은 또 추념사에서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나라,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거룩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가장 책임 있는 응답”이라며 “든든한 평화 위에 민주주의와 번영이 꽃피는 나라, 자부심과 긍지가 넘치는 나라로 보답하자”고 했다.
이날 추념식엔 지난달 해군 해상 초계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박진우 중령, 이태훈 소령, 윤동규 상사, 강산원 상사와 지난해 12월 서귀포 감귤 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임성철 소방장 유가족이 초청됐다. 이 대통령은 추념식에서 이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이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는 추념식에서 퇴장하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박진우 중령의 세 살배기 아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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