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지역 쯔러이톰에 위치한 온라인스캠범죄단지.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 단지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생겼다. 범죄 조직들은 작년부터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눈을 피하기 위해 국경 지대로 거점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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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의 범죄 단지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이미 5개월 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긴급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16일 파악됐다.
OHCHR은 지난 5월 19일 도모야 오보카타, 시본 뮬럴리, 비팃 문타폰 등 유엔 특별보고관 3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캄보디아 등의 범죄 단지 상황에 대해 “인도주의적으로, 인권적으로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당시 특별보고관들은 “동남아 전역의 사기 센터에서 강제 노동과 강제 범죄 목적의 대규모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국적의 수십만 명이 갇혀 온라인 사기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긴급, 협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OHCHR은 당시 문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미얀마군, 캄보디아,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의 내용의 사본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등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범죄 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행위가 상세하게 기록됐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피해자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기망·사기 모집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북남미 등 전 세계에서 끌려왔다며 이들이 주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범죄 시설에 억류되어 있다고 짚었다.
특별보고관들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문당하고 비인도적 대우를 받으며 심각한 폭력과 학대에 노출됐다”며 “식량과 깨끗한 식수 접근은 제한되고, 비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다른 조직에 팔아넘기거나 이들을 볼모로 삼아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특별보고관들은 설명했다. 특히 범죄 단지에서 도망치려 했다가 오히려 심각한 처벌을 받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성명에 명시됐다.
특별보고관들은 범죄 조직이 당국의 단속에 폐쇄되는 것이 아니라 자리만 옮겨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봤다. 특별보고관들은 “이런 운영 방식이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며 “(현지의) 만연한 부패 분위기에 범죄 조직들이 처벌받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또 이들이 “정부 관계자, 정치인, 지역 당국, 유력 자산가들과 결탁하면서 득을 보고 있다”고 했다.
각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이 복합적 형태의 인신매매와 착취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피해자 신원 파악, 보호·지원이나, 가해자 처벌, 보복 조치 예방 등에 있어 조치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즉각적으로 인권에 기반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모든 국가는 피상적 홍보 캠페인을 넘어, 사람들이 이 복잡한 형태의 인신매매에 빠져드는 구조적 요인을 효과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활개 치고 있는 범죄를 수사할 역량 강화도 시급하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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