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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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 관세를 무효로 판단한 이후, 백악관이 사실상 대안으로 꺼내 든 수단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관세로 보복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무역법 301조다. 그러나 트럼프 1기 경험을 보면 301조는 단기간에 전면 관세 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도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외교협회(CFR) 이누 마낙 국제무역 선임연구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 동안 대표적인 6건의 301조 조사가 진행됐지만 현재까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관세 체계로 남은 사례는 중국뿐”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조사가 실제 관세 징수로 이어지기 전에 협상, 유예, 정책 전환 과정을 거치며 종료됐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미국은 2017년 8월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와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이유로 301조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 약 7개월 뒤인 2018년 3월 무역대표부(USTR)는 불공정 무역 관행 판단을 내렸고, 같은 해 7월부터 단계적 관세가 발효됐다. 이후 관세는 수차례 확대되며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축이 됐고, 정권 교체 이후에도 유지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사실상 유일한 301조 장기 관세로 남았다.
유럽연합(EU)의 대형 민항기 보조금 분쟁은 관세가 실제 부과됐지만 성격이 달랐다. 미국은 오랜 WTO 분쟁에서 승소한 뒤 2019년 10월 301조 조치를 통해 항공기와 농산물 등에 대한 관세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전면적 통상 압박이라기보다 기존 다자 분쟁 집행 성격이 강했고, 미국과 EU가 2021년 6월 보조금 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관세는 장기 체계로 굳어지지 않고 유예 상태로 전환됐다.
디지털서비스세(DST) 분쟁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은 2019년 7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2020년 6월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인도 등 여러 국가의 디지털세를 대상으로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이후 2021년 초까지 차별적 조세라는 판단과 함께 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졌지만, 실제 징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 OECD 국제 조세 협상 진전에 맞춰 관련 301조 절차가 종료되면서 관세 징수 단계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베트남 환율 정책 조사도 관세로 연결되지 않은 사례다. 미국은 2020년 10월 환율 저평가 의혹을 이유로 301조 조사를 시작했고, 2021년 1월 해당 관행이 조치 대상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추가 협상 끝에 2021년 7월 미국 정부는 별도의 관세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절차를 마무리했다.
같은 시기 진행된 베트남 불법 목재 조사 역시 약 1년에 걸친 협상 끝에 관세 대신 양자 합의로 종료됐다. 미국은 2020년 10월 조사에 착수했고, 2021년 10월 양국이 합의에 도달하면서 제재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이처럼 트럼프 1기 301조 사례들을 보면 조사 개시부터 결론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됐고, 상당수는 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실제 징수로 이어지지 않거나 협상 카드로 전환되는 패턴을 보였다. 중국 사례만 예외적으로 관세가 확대·유지되며 구조적 통상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통상가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301조 조사를 확대하더라도 즉각적인 글로벌 관세 체계를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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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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